현 정권은 아무것도 안 할 것이다

2024.07.02 20:53 입력 2024.07.02 20:54 수정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갤럽 기준으로 20% 중반, 리얼미터 기준으로 30% 초반에 갇혀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정책을 끊임없이 쏟아냄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동해 유전 개발 브리핑과 저출생 관련 인구 국가비상사태 선언을 했고, 종합부동산세 폐지·상속세율 인하 등 정치적으로 가장 달콤한 감세 패키지까지 들고나왔는데 말이다. 이러기도 쉽지는 않다.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윤 대통령의 말을 다수가 믿지 않는다는 거다. 국민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기보다는 “도대체 윤 대통령은 누구 말을 듣고 저런 이야기를 할까, 실현 가능성은 있는 걸까?”라는 의구심이 앞선다. 이런 의심이 근거 없는 삐딱함으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은 현명하다. 윤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보수들의 말과 행동을 분석해보면 결국 현 정부는 임기 끝까지 아무것도 안 하거나 못할 것이다.

우선, 윤 대통령과 그 주변 보수들은 지금의 한국사회에 대해서 너무 만족한다. 좌파의 존재만 빼고 말이다. 지금 사회가 완벽한데 개선할 것은 없다. 그냥 각자도생으로 돌아가게 놔두면 된다. 자꾸 사회를 바꿔보려는 불만 가득한 좌파들만 권력을 못 잡게 하면 그만이다. 근거는 이렇다. 그들은 입만 열면 자유를 외치고, 입만 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욕을 한다. 처음에는 보수의 정치적 수사려니 했다. 이 대표가 비판받을 지점도 당연히 있다. 문제는 설마 그게 그들 밑천의 다일까 싶었는데, 다이지 싶다는 거다. 집권 중반에 가까워서 열린 총선도 이 대표 욕을 하는 것이 집권여당의 전략이었다. 집권 후반기도 이 대표 욕으로 지새우려고 한다. 윤 대통령의 가장 큰 치적은 이재명 대통령을 막은 것이라는 말도 공공연히 한다. 이게 그들의 진정한 시대정신인 것이다. 지금이 너무 행복한데 새로운 법·제도를 만들 이유가 없다. 좌파만 사회에서 쓸어내면 된다.

둘째, 윤 대통령의 과거 행보를 보면 그는 진보에서 보수로 옮겨간 사람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농단 수사를 주도하다가 조국사건 이후 보수로 넘어가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진보에서 보수로 넘어간 한 대학교수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왜 넘어가셨냐? 대답이 걸작이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보수 쪽 사람들이 참 따뜻하더라는 것이었다. 그냥 자기한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좋았던 것이다. 극히 일부의 사례이지만, 이런 사람들의 특성 중 하나가 관심을 받고 싶은 욕구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그냥 세상의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이지 집요하게 일을 해서 사회를 한 단계 밀어 올릴 생각은 없어 보인다.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를 26회나 하면서 상당한 재정이 소요되는, 이슈가 되는 정책을 던졌다. 그런데 국정운영의 기조는 건전재정과 감세다. 진지하게 뭘 고민해본 사람이 이런 유체이탈 화법을 쓰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대통령이 유체이탈하면 팔다리인 관료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무엇인가 찜찜한 정책의 칼끝은 항상 담당 관료들을 향하고 그걸 아는 관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셋째, 뭔가를 제대로 해보지 않은 또는 의지가 없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 중에 하나가 타협이다. 일도 시작하기 전에 머리만 굴려서 전략적으로 주고받는 것부터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을 명확히 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최종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과 뭔가를 주고받으면서 타협하는 것이 실제 일의 순서이다. 시작도 전에 합리적인 척 타협전략을 짜는 것은 조선시대 무력한 선비의 행동이다. 현 정부의 행태도 그와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자본시장 밸류업 정책이다. 기업 체질을 개선해서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건데 처음에는 특유의 자유 철학이 발동해서 기업에 자율적으로 체질을 개선하라고 정책을 냈다가 주식시장에서 반응이 별로니까 뒤늦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개정 등 법·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상법개정을 하면 재벌 총수가 싫어하기 때문에 총수에게도 당근을 줘야 한다며 총수의 경영권 방어 장치 등도 고려해 보자고 여론의 간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건 한국 주식 말고 미국 주식 사라는 말과 동일하다. 상법 개정을 해봤자 경영권 방어 장치를 같이 도입하면 기업 지배구조는 오히려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내가 언급한 모든 것을 다 분석하지는 않았겠지만 결론은 나와 유사해 보인다. 이게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어림짐작(rule of thumb) 방법의 무서움이다. 국민들은 경험상 어림짐작으로 현 정부는 아무것도 안 하거나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결국 그러한 경험을 국민에게 선사한 현 정권의 자업자득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