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한국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 중에 가장 성공한 것이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인구정책일 것이다. 그 목표치는 이미 초과달성된 것으로 보인다. 인구가 국가의 흥망을 결정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었다. 요컨대, 인구문제는 로마 역사의 초기부터 정치의 핵심적인 고민이었다. 리비우스의 말이다.
“인구수를 늘릴 목적으로 로물루스는 국가를 건국했던 사람들이 사용했던 전통적인 수법을 썼다. (…) 지금은 성벽으로 둘러싸였지만, 구원을 찾아 카피톨리움 언덕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위해 성스러운 숲 사이에 피난소를 열었다. 이곳으로 인근의 지역에서 자유인과 노예, 온갖 무리의 사람이 새로운 삶을 찾아 도망쳐왔다. 이는 로물루스가 국력을 키우기 위해 우선적으로 행한 일이었다.”(<로마건국사> 제1권 8~9장)
인용은 로마라는 국가의 개방성을 잘 보여준다. 로마의 개방성은 처음부터 인구문제와 직결되어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타자에 대한 인식의 폐쇄성으로 몰락한 나라도 있었다. 스파르타였다. 이 나라도 인구수를 늘리기 위해 “세 아들을 둔 남자는 병역을 면제받았고, 네 아들을 둔 남자는 세금을 모두 면제해주는 법률도”(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제2권 1270b) 제정했다. 하지만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도하는 ‘다산왕 선발대회’ 같은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소수가 경제적인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외국인, 이방인, 하층민에게 문호를 단단하게 걸어 잠근 나라가 스파르타였기 때문이다.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한국이 스파르타가 아니라 로마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경제가 당장 인구절벽으로 인한 경제 손실을 줄이는 방법을 한반도의 평화경제에서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의 인구절벽이 남북의 평화경제를 활성화하는 동력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역설적이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경제를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만드는 강제력이, 실은 인구절벽에 처한 남한의 현재 상황이기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