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결정적 국면에서 미국 외교수장 교체론 이어지는 배경은

2017.12.01 13:35 입력 2018.03.13 23:41 수정

교체론이 이어지고 있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월21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외교안보대화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교체론이 이어지고 있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월21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외교안보대화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교체설이 다시 불거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주 내로 틸러슨 장관을 경질하고 후임에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임명할 계획이라는 구체적 계획까지 거론된다. 백악관은 “현 시점에서 인사는 없다”면서도 교체 가능성을 일축하지는 않았다.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강조해온 틸러슨 장관이 연말이나 내년 초에 교체된다면 미국의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는 30일(현지시간) 백악관은 틸러슨 장관을 수주 내로 경질하고 폼페오 국장으로 대체할 계획을 마련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CIA 국장 후임에는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신문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이 같은 계획을 입안했고 백악관 관리들이 논의를 마쳤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켈리 실장의 계획을 아직 최종 승인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CNN도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이 몇 달 내에 틸러슨을 폼페오로 교체하는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특히 백악관이 틸러슨 장관 교체 계획을 언론에 흘린 것은 공개적으로 망신주고 스스로 거취를 결정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도 틸러슨 장관이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지는 않을 것이며 이르면 올 연말에 떠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바레인 왕자를 접견하는 도중에 틸러슨 장관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여기 있다. 렉스는 여기 있다”고 답했다. 부정적인 뉘앙스였지만 경질론을 강하게 부인하지는 않았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렉스는 여기 있다’고 말했듯이 지금 이 시점에 인사 발표는 없다”면서 “틸러슨 장관은 계속 국무부를 이끌 것이며 전 내각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트럼프 행정부 첫 해를 마무리하는 데 진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틸러슨 장관은 평소처럼 업무를 하고 있다”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도 기뻐하게 봉사하고 있다. 이 것은 틸러슨 장관이 즐기는 일이다”고 밝혔다. 그는 켈리 비서실장이 틸러슨 장관의 참모들에게 전화를 걸어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틸러슨 장관 사퇴·경질론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에도 사퇴론이 불거졌고, 틸러슨 장관 본인이 공식 부인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장관을 완전히 주류 기득권으로 본다”며 불화설을 제기했다. CNN은 지난 10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얼음이 계속 얇아지고 있고, 문제는 그 얼음이 언제 깨지느냐는 것”이라며 틸러슨 장관의 거취가 살얼음판이라고 전했다. 당시 공화당 고위 소식통들은 틸러슨 장관이 내년 1월을 넘겨 자리를 지키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퇴론 또는 교체론이 계속되는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이란 핵문제와 북핵 문제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입장차를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틸러슨 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2∼3개의 대북채널이 가동되고 있다”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조하자 다음날 트위터에 “시간 낭비”라고 면박을 줬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7월 사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란·아프가니스탄 정책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이견을 보여왔다.

틸러슨 장관은 국무부 내부에서도 신망을 잃었다는 평가다. 기업인 출신인 틸러슨 장관은 취임 초부터 국무부의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예산 삭감, 인력 감축, 조직 통폐합 등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유능한 직원들이 떠나고 주요 고위직은 비어있는 상태로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국무부 관리들 사이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인 폼페오 국장이 수장으로 오면 추락한 국무부 위상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앤서니 블링컨은 뉴욕타임스에서 “틸러슨은 백악관의 국무부 예산 30% 삭감 계획을 방어하지 못했고, 국무부 다운사이징에 집착해 미국의 외교력을 축소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북한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사거리를 확보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한 직후 경질론이 제기되는 게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화염과 분노’, ‘완전한 파괴’ 등을 위협할 때 틸러슨 장관은 꾸준히 대화 가능성을 타진해온 협상파다. 그는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도 정권교체와 정권붕괴, 흡수통일, 주한미군의 38선 북쪽 전개 등을 하지 않겠다는 ‘4NO’ 원칙을 제시하며 대화 분위기 마련에 노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기간에는 “현재 북·미 간에 메시지를 주고받는 2~3개의 채널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중단 선언 후 60일간 도발을 하지 않으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틸러슨 조건’은 향후 북·미 대화 재개의 기준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틸러슨 장관 경질은 국무부의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틸러슨 장관을 군 출신 매파 폼페오 국장으로 교체한다는 것은 대북 정책을 보다 강경하게 끌고가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의 표현이다. 토머스 라이트 브루킹스 연구원은 틸러슨 교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을 고용해 외교 정책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길 원한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폼페오 국장은 대북, 대이란 강경파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 7월 한 안보포럼에서 “미 정부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핵 개발 능력과 핵 개발 의도가 있는 인물을 분리해 떼어 놓는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축출론을 제기했다. 그는 이란 정책에서도 “이란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를 따르고 있다. 폼페오 국장은 매주 서너 차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하고 있으며 보고 후에는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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