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70년 적대, 끝내는 데 7개월?

2019.02.01 17:49 입력 2019.02.07 10:41 수정
최명수 해외문화홍보원 외신협력관


미국 최대 일간지이자 유일한 전국지인 USA투데이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  ”70년간의 적대 관계를 종식하는 데는 7개월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자“고 논평(1월 8일)했다.

미국 최대 일간지이자 유일한 전국지인 USA투데이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 ”70년간의 적대 관계를 종식하는 데는 7개월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자“고 논평(1월 8일)했다.

■ 북미정상회담 장소 내주 발표

황금돼지의 해 기해년 새해도 한 달이 흘렀다. 새해 벽두인 1월 한 달 동안 세계 각국 언론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수많은 소식을 쏟아냈다. 가장 큰 관심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다. 1월 1일 0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그 시작.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언제고 다시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이후 김정은-트럼프 회담을 위한 북미의 행보는 분주해졌다. 김 위원장의 4차 중국 방문(1월 7~10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1월 17~19일), 스티븐 비건 미국 한반도 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스웨덴 실무회담(1월 19~21일)과 양국 정상 간 친서 교환 등 많은 협의가 이어졌다.

그 결과 북미는 2차 정상회담 장소와 날짜를 설날(2월 5일) 전후에 발표할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3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다음주에 발표하겠다”(영국 로이터 2월 1일)라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에)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는 트윗(1월 30일)을 올린 지 하루만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북한이 2월 말 개최에 합의했다. 우리는 아시아의 모처에서 회담할 것”이라고 인터뷰(미국 폭스뉴스 채널 1월 30일)했다. 로이터는 베트남 정부가 하노이에서 김 위원장의 국빈방문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1월 31일)했다. 비건 특별대표가 2차 실무회담(2월 5일 평양) 참석차 2월 3일 한국을 방문하고, 발표 시기는 2월 5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state of union)과 맞물릴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기대와 우려 엇갈리는 美 언론

로이터 등 외국 언론은 대부분 북미정상회담 추진 경과를 담담하게 사실(fact) 위주로 보도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 언론은 낙관과 비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논조다. 트럼프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탓일까.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시엔엔(CNN) 등의 사설이나 논평을 살펴보면 북미회담에 관한 회의와 의심의 눈초리가 역력할 때가 많다.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1월 29일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 또는 핵무기 생산능력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 지도자들은 핵무기를 정권 생존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라고 발언했다고 NYT가 보도(1월 30일)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에 반기를 든 행위였다. 당연히 북한 비핵화 낙관론을 향한 주요 언론의 비판 보도가 잇따랐다.

“북한이 유인술을 쓰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제 순진함을 버려야 한다”(워싱턴타임스 1월 30일자 사설)라는 주장이 나왔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당국과 마찰을 빚는 것을 지켜보기가 아슬아슬하다(1월 31일자 사설)”라고 했다. CNN은 1월 중순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 당시 국무부나 백악관 논의에서 비핵화와 관련돼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라고 방송(1월 31일)했다. WP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역할에도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에 회의적인 시각과 의심이 담긴 의견을 미 정보 당국자들, 존 볼턴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아베 신조 일본 총리한테서 꾸준히 들어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협상 추진이 가치가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1월 31일)”라는 내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30일 3차례에 걸쳐 올린 트윗. 트럼프 대통령은 이 트윗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관한 낙관론을 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30일 3차례에 걸쳐 올린 트윗. 트럼프 대통령은 이 트윗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관한 낙관론을 폈다.

■美 USA투데이 “대북외교, 실패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을 지지하는 의견도 많다. 미국 최대 일간지(발행 부수 평균 225만 부)이자 유일한 전국지인 USA투데이는 “조만간 협상카드에 등장하지 않을 완전한 비핵화 합의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절반이라도 확보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1월 4일 마이클 오한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기고)”라고 보도했다. 1월 8일 사설에선 “대화는 다른 대안보다 늘 낫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논평에서도 대화와 협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대북 외교 프로세스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 의향이 있다는 사실은 역사적인 외교적 돌파구를 의미한다. 협상의 핵심은 합의에 기반한 최종적 비핵화라기보다는 순서와 시간표에 있다”라는 논리다.

USA투데이는 협상 시간도 언급했다. “외교적 프로세스가 실패했다고 성급히 단언하는 이들은 프로세스의 존재, 그 자체가 큰 성공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70년간의 적대 관계를 종식하는 데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 이후) 7개월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논평했다. 베른트 베르거 독일 외교정책협회 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10년 이상 걸릴 것(독일 n-tv 최근 인터뷰)”이라고 내다봤다. “조속한 비핵화가 이뤄지기에는 북미 간 신뢰관계가 아직 너무 약하다. 70년간 지속한 전쟁을 평화적으로 끝낼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맞아 우리는 적어도 10~12년의 세월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라는 진단이다.

■美 38노스·WP “관점·접근방식 달리해야”

그렇다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미국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우선 관점을 바꾸라고 권고(1월 31일)했다. “미국 정보당국의 기술적 정보수집 능력은 탁월하지만, 북한 지도부의 행동 예측에 관해선 정보당국 예측의 정확도가 높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과 직접 대면 외교를 추진해야 한다“는 논지다. 앞서 WP도 ”가장 중요한 첫 조치는 핵을 신고하는 것이다…(중략)…(삭간몰 신오리 등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 확장이 김정은의 속임수가 아니라는 것을 주지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가 실험 시설 또는 그 외 인프라 개발에 대해 구체적 약속을 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무기 통제와 핵무기 비확산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라고 보도(1월 24일)했다.

영국 로이터가 입수한 비건 특별대표의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1월 31일) 발췌본(2월 1일)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에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포괄적인 신고를 요구했다고 한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중국으로 실어내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는 소식(영국 더 텔레그래프 1월 25일)도 전해졌다. 미국은 일종의 북한개발펀드인 ‘현금 기탁 패키지‘를 준비 중(WT 1.29)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허용 여부가 큰 시험대이며 한반도 주둔 미군의 구조에 또 다른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예측(미국 더 디플로맷 1월 16일)도 나온다. 1월 한 달 동안 많은 일이 있었던 셈이다.

미국 외교 전문 매체 더 내셔널인터레스트(TNI)에 실린 기고문(더그 밴도우 케이토연구소 선임연구원, 1월 6일)은 북한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지 판단할 때,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협상 외에는 대안이 없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중략)…완벽하진 않아도 더 나은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 기대치를 낮추고 목표를 하향 조절할 필요가 있다. 북한을 국제 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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