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동맹국 도청하다니…’ 뿔난 유럽 정상들, 난처한 바이든

2021.06.01 21:39 입력 2021.06.01 22:07 수정
장은교 기자

<b>“감청 의혹 해명하라”</b>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연 뒤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를린 | AP연합뉴스

“감청 의혹 해명하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연 뒤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를린 | AP연합뉴스

2012~2014년 덴마크 통해
메르켈 등 정치인 감청 의혹
스노든 “부통령 시절 연루”

프랑스·독일, 미에 해명 촉구
중, 기다렸다는 듯 “상습범”
내주 G7 ‘어색한 만남’ 주목

유럽 정상들이 미국이 2012~2014년 덴마크의 지원을 받아 유럽 정치인들을 감청했다는 의혹에 대한 공개 해명을 요구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유럽 정상들을 만나야 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이 난처한 처지가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통해 “동맹국 사이에서 도청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덴마크와 미국에 이러한 폭로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로 지목된 메르켈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해명 촉구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도 미국과 덴마크에 해명을 요구했다.

덴마크 공영라디오방송인 DR은 전날 “미 국가안보국(NSA)이 덴마크 군사정보국과 맺은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덴마크의 해저정보케이블을 이용해 2012~2014년까지 독일,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등의 고위 정치인들과 관리들을 감청했다”고 보도했다. DR은 감청 대상에 메르켈 총리와 당시 독일 외무장관, 야당 지도자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미국이 동맹국 도청하다니…’ 뿔난 유럽 정상들, 난처한 바이든

앞서 NSA 전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은 2013년 미 정보기관들이 9·11 이후 민간인을 사찰했다고 폭로했고, 외국 정치인들에 대한 도·감청이 이뤄졌다는 추가 폭로도 이어졌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스노든의 폭로를 명확하게 부정하지 않았다.

스노든은 DR 보도 직후 트위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도청 당시 부통령이었던 사실을 지적하며 “바이든은 이 스캔들에 깊숙이 연루돼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 ‘상습범’이라며 미국 비난에 나섰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모두가 공인하는 세계 최대의 해커 제국이자 기밀을 빼내는 선수”라며 “경쟁 상대뿐만 아니라 동맹을 포함하며, 대규모 무차별로 기밀을 절취하는 상습범 중에서도 고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기밀을 빼내는 자가 오히려 온라인 안전을 수호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바이든 정부는 아직 DR의 폭로에 대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오는 11~13일 영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가 거론될 수도 있다.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이 유럽연합(EU) 정상들과 감청 문제에 대해 어색한 대화를 나눴던 장면이 재현될 수도 있어 보인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