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컴 X 암살범’ 55년만에 누명 벗어…20여년 복역 후 1명은 사망

2021.11.18 11:07 입력 2021.11.18 15:23 수정

다큐 <누가 맬컴 X를 죽였나>로 재조명

맨해튼 지검 “책임 다하지 못했다” 사과

미국 흑인운동 지도자 맬컴 엑스

미국 흑인운동 지도자 맬컴 엑스

1965년 미국에서 급진적 흑인운동 지도자 맬컴 엑스를 암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석방된 80대 노인이 55년만에 누명을 벗게 됐다.

뉴욕 맨해튼지검은 18일(현지시간) 맬컴 엑스 암살범으로 지목돼 종신형을 선고받은 무하마드 아지즈와 칼릴 이슬람의 유죄 판결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17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사이러스 밴스 주니어 맨해튼지검장은 이날 맬컴 엑스 암살 사건을 재조사한 결과 당초 범인으로 지목됐던 아지즈와 이슬람은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밴스 지검장은 또 “법 집행기관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서 아지즈와 이슬람 그리고 그의 가족에게 사과했다.

아지즈와 이슬람은 1965년 뉴욕 할렘에서 맬컴 엑스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20년 이상 복역한 아지즈는 1985년 석방돼 현재 83세의 노인이 됐다. 이슬람은 1987년 석방됐지만 2009년 사망한 상태다.

맬컴 엑스는 이슬람 네이션이라는 흑인 종교단체를 기반으로 백인 배척론을 폈던 흑인운동 지도자다. 그는 이슬람 네이션과 결별한 직후인 1965년 2월 할렘의 연설장에서 3명의 괴한에게 총을 맞아 숨졌다.

당시 수사기관은 이슬람 네이션 회원이었던 무자히드 압둘 할림과 아지즈, 이슬람을 범인으로 지목해 살인죄로 기소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총상을 입은 할림 이외에 아지즈와 이슬람은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범행을 인정한 할림은 법정에서 두 사람이 무고하다고 발언했고, 아지즈와 이슬람은 알리바이도 제시했지만 재판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사건은 지난해 넷플릭스가 방영한 다큐멘터리 <누가 맬컴 엑스를 죽였나>를 통해 재조명됐다. 이 프그로램은 아지즈와 이슬람의 유죄 판결에 의문을 제기했고, 맨해튼지검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했다.

재조사에서는 당시 연방수사국(FBI)과 뉴욕 경찰이 아지즈와 이슬람이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를 숨겼던 사실이 확인됐다. NYT는 재판 당시 배심원단이 증거를 봤다면 두 사람에게는 무죄가 선고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아지즈는 유죄 선고 당시 6명의 아이를 두고 있었고 이슬람도 3명의 자녀가 있었다며 두 사람은 인생의 많은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며 가정이 파탄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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