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위구르족 출신 베이징올림픽 성화 주자 논란...의도적 도발? 인권침해 비판 의식?

2022.02.06 14:33 입력 2022.02.06 15:24 수정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최종 주자로 신장 위구르 자치구 출신 선수를 내세우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방 국가들의 인권 침해 비판에 중국이 작심하고 반격을 가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디니거 이라무장(스키 크로스컨트리)과 자우자원(노르딕 복합)이 성화를 최종 봉송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디니거 이라무장(스키 크로스컨트리)과 자우자원(노르딕 복합)이 성화를 최종 봉송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스키 크로스컨트리 선수인 디니거 이라무장(20)이다. 이라무장은 지난 4일 열린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자우자원(노르딕 복합)과 함께 성화봉송 최종 주자로 선발돼 성화를 점화했다.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를 점화한 리닝이 금메달 3관왕이자 중국의 ‘체조 영웅’이었던 것과 달리, 이라무장과 자우자원은 무명에 가까운 선수들이다. 특히 이라무장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이번 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이유일 정도로 서방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하는 등 대중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성화봉송 주자들이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선정됐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서방에 대한 중국의 의도적 도발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왕야추 중국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위구르인이 성화대에 불을 붙이도록 한 것은 전 세계에 ‘너네가 중국에 대해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 우린 우리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한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위구르족을 연구해온 대런 바일러 사이먼 프레이저대 국제학 조교수도 “중국의 이번 움직임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면서 “중국은 신장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들을 무르지 않을 것이며, 이에 대해 세계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이라무장을 내세우기로 한 정부의 결정이 합리적이었다며 호응했다. 웨이보에서 700만여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민족주의자 인플루언서 사마핑방은 “미국과 반중 서방 세력의 비방에 대한 강력한 반격”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중국이 서방사회의 비판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미국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중인 위구르족 라이한 아사트는 AP통신에 “중국은 분명히 외부의 비판에 신경을 쓰고 있다. 우리가 계속해서 비판을 가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올림픽의 정치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성화봉송 주자를 승인할 때 인종을 고려하진 않았다”면서 “각 연령대의 주자들을 선보인 것은 훌륭한 아이디어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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