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인 대상 테러 희생자 수년 새 최대…라마단 앞두고 긴장 고조

2022.03.30 15:21 입력 2022.03.30 15:44 수정

이스라엘 보안군이 2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남성의 유대인 대상 무차별 총격 사건이 벌어진 텔아비브 외곽 브네이 브라크에 도착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브네이 브라크|AFP연합뉴스

이스라엘 보안군이 2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남성의 유대인 대상 무차별 총격 사건이 벌어진 텔아비브 외곽 브네이 브라크에 도착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브네이 브라크|AFP연합뉴스

이스라엘 텔아비브 외곽의 초정통파 유대교도(하레디) 거주 지역에서 지난 2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남성의 총격으로 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알자지라 등이 보도했다. 최근들어 이스라엘과 아랍국 간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팔레스타인에 의한 유대인 대상 공격이 늘고 있는데, 다음달 유대교·이슬람 주요 연례행사까지 겹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유혈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 경찰은 성명을 통해 텔아비브 동부 브네이 브라크에서 돌격 소총으로 무장한 한 남성이 행인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 총격으로 4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1명은 병원 이송 후 숨을 거뒀다. 팔레스타인 무장 남성은 현장에서 경찰 총격으로 사살됐다. 경찰은 이 남성이 요르단강 서안 북부 출신으로 무기 밀매와 테러단체 가입 혐의 등으로 수년 전 6개월 수감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는 배후를 자처하지는 않았지만 ‘영웅적인 작전’이었다고 치켜세웠다. 하마스는 이번 총격이 지난 27일 역사상 최초로 이스라엘에 아랍권 주요국 외교장관들이 모인 네게브 사막 회담에 대한 응답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 관리 모세르 알마스리는 하마스 운영 방송국과 인터뷰에서 “수치와 치욕의 정상회담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라면서 “많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실망했으며 배신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통신사인 셰하브뉴스는 이날 밤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공격자가 살던 마을이라고 밝힌 곳에서 이번 공격을 축하하는 영상을 올렸다.

최근 이스라엘에서 유대인 대상 무차별 공격 사건이 잦아지면서 주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이번 총격 사건은 북서부 하데라에서 총격으로 경찰관 2명이 사망한 지 이틀 만에 발생했으며, 남부 도시 비어 알 사베에서 칼부림이 발생해 4명이 숨진 지 일주일 만이다. 뉴욕타임스는 채 2주도 안 되는 기간 5건의 무차별 공격 사건이 발생해 총 11명이 숨졌다면서 전쟁을 제외하고 수년 새 이처럼 단기간에 많은 사람이 숨진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지난 두 차례 공격의 배후를 자처했다. 이날 이스라엘 당국은 보안군의 최근 대테러 사전 차단 작전의 일환으로 최소 12명의 이스라엘 거주 팔레스타인 시민 거처를 급습하고, IS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은 살인적인 아랍 테러의 물결에 직면해 있다”고 밝히고 고위 안보 관리들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번 총격 사건 이후 이스라엘 경찰은 모든 부대가 다른 활동은 축소하고 대테러와 거리 주둔, 교대 기간 연장 등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육군은 총격범이 살았던 요르단강 서안에 추가로 병력을 파견한다는 계획이다.

각종 종교 행사가 겹치는 다음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 간 유혈충돌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다음달 15일부터 23일까지는 유대인들이 이집트 신왕국의 노예 생활 탈출을 기념하는 유월절(페사흐) 기간이고, 같은 달 1일부터 약 한 달 간은 무슬림의 연례 종교의식인 금식월(라마단) 기간이다. 특히 매년 라마단 기간에는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주민 간 충돌이 격화되곤 했다. 지난해에는 가자지구에서 이·팔 충돌이 격화돼 11일 간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음달 17일에는 기독교 최대 행사 중 하나인 부활절도 예정돼 있어 기독교·유대교·이슬람 모두 성지로 여기는 예루살렘에서 충돌이 격화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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