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법정에 세우기 위한 민간인들의 헌신적 전쟁범죄 수집 노력...실제 증거 채택 가능성은?

2022.05.01 15:03 입력 2022.05.01 15:07 수정

우크라이나 이르핀시의 나탈리아 츄칼로(62)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폭격을 피해 지하실에 어떻게 숨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 UPI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이르핀시의 나탈리아 츄칼로(62)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폭격을 피해 지하실에 어떻게 숨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 UPI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땅에서 벌어지는 비극은 매일 기록되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되는 수많은 사진과 영상물을 통해서다. 스마트폰과 SNS의 대중화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기록된 전쟁’이 될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지금껏 쌓인 압도적인 양의 기록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기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한 각국의 공식적인 조사는 진행 중이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개전 이후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증거를 줄곧 수집해왔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에 따르면 침공 이후 확인된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혐의는 약 8600건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서방도 증거수집 지원에 나서고 있다. 영국 런던 경찰 전쟁범죄팀은 영국인 취재원을 통해 관련 증거를 수집할 것이라 밝혔고,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잔학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20년만에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정식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ICC 검찰은 39개 회원국들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의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수많은 조사관들이 현장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있지만, 매일같이 쏟아지는 자료를 따라가기엔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로 인해 전쟁범죄의 증거를 포착하는 작업 대부분이 민간인들의 손을 거치게 됐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의 탐사보도 전문매체 벨링캣이다. 벨링캣은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격추한 러시아 지대공미사일의 일련번호를 찾아내 러시아 개입의 증거를 제시했던 단체다. 이 과정에서 위성사진이나 SNS에 게시된 자료 등 대중에 공개된 정보(OSINT·공개출처정보)를 활용했다는 점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지난 2월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트위터에는 러시아군이 아크튀르카의 유치원 인근 지역에 집속탄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영상이 올라왔다. | 벨링캣 갈무리

지난 2월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트위터에는 러시아군이 아크튀르카의 유치원 인근 지역에 집속탄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영상이 올라왔다. | 벨링캣 갈무리

현재 벨링캣에서 분석가로 활동중인 지안칼로 피오렐라도 매일 아침 텔레그램에 올라온 영상들을 확인한다. 학교 폭격이나 대량살상무기인 집속탄 사용 등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사건이 발생한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는 등 영상의 진위를 확인하는 데는 대략 한 시간씩 걸리는데, 이러한 과정을 여러 번 거친다고 한다. 이처럼 공개출처정보에 근거해 자료를 수집하는 민간 분석가들은 이번 전쟁에서 ‘예상치 못한 무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전에서 정보 수집이 중요한 만큼 이들의 협조가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이들이 수집한 자료가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기소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MIT테크놀로지리뷰에 따르면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리치 위어 연구원은 “시리아에서도 국제법과 인권 침해가 발생한 상황이 담긴 사진과 영상이 쏟아졌다”면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여전히 ICC에 기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간인들이 검증한 자료가 전쟁범죄 기소를 위한 증거로 인정받기에 부족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쟁범죄 기소를 위해 분쟁 지역에서 디지털 자료를 어떻게 적절하게 수집하고 보관할 것인지에 대한 보편적인 기준이 부재한 데다가 ICC가 온라인 자료를 증거로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인권센터의 린지 프리먼은 ICC가 증거로 인정하는 자료에 대해 까다로운 기준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핸드폰으로 찍은 저화질 영상보다 촬영 시각이 정확히 찍혀있는 CCTV 영상 같은 공식 자료를 선호하는 식이다. WSJ도 ICC 검찰이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이나 영상을 사용하는 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ICC 검찰은 우크라이나 비영리단체와의 온라인 회의에서 “영상에 대한 정보인 메타데이터 뿐만 아니라 영상을 녹화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가 어떤 상황에서 녹화했는지에 대한 기록까지 수집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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