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이나 반격에 남부 점령지 병합투표 무기한 연기

2022.09.06 14:20 입력 2022.09.06 14:41 수정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러시아 점령지 탈환 작전으로 수복한 비소코필랴 마을의 한 건물에 올라 국기를 기둥에 고정하고 있다.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 인스타그램 화면캡처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러시아 점령지 탈환 작전으로 수복한 비소코필랴 마을의 한 건물에 올라 국기를 기둥에 고정하고 있다.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 인스타그램 화면캡처

러시아가 안보 상황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에 대한 주민투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서방의 무기 지원을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가 남부 탈환 작전을 본격화하고 일부 지역에서 성과를 내자 전열 재정비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임명한 키릴 스트레무소프 헤르손주 부행정청장은 5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최근의 안보 상황 때문에 러시아 병합 주민투표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헤르손 인근 드니프로강을 가로지르는 도로와 다리가 몇 주간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손상돼 자동차가 통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헤르손은 러시아가 앞서 강제병합한 남부 크름반도와 인접한 농업도시로 최대 물동항 오데사로 가는 길목에 있어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러시아는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채 2주도 안 돼 이곳을 함락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주부터 헤르손을 비롯한 남부 러시아 점령지를 탈환하기 위해 공세 수위를 높였다. 남부 주요 전선에 미군으로부터 제공받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을 배치해 교량과 탄약고, 러시아군 지휘통제소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구체적인 지명은 밝히지 않은 채 남부 지역 2곳과 동부 지역 1곳을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은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 국기 게양 사진을 올리면서 헤르손 북부에서 약 167㎞ 떨어진 비소코필리야가 수복됐음을 암시했다.

우크라이나군 남부사령부는 이날 자국군의 공습과 포격으로 러시아군의 병력 이동과 보급이 방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도 남부 헤르손과 친러시아 세력 장악 지역인 동부 도네츠크 등지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검증 가능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남부 점령지에서 주민투표로 점령지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던 러시아의 계획은 차질이 예상된다. 우크라이군은 이날 강제 합병 주민투표 용지가 보관된 창고도 파괴했다고 밝혔다. 스트레무소프 헤르손주 부행정청장은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주민투표가 완전히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앞으로 구체적인 투표 날짜는 정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러시아 당국은 오는 11일 러시아 지방선거 투표와 함께 남부 점령지 헤르손, 자포리자에서 러시아 병합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주민투표는 앞서 2014년 크름반도를 무력으로 장악한 뒤 병합했을 때 사용했던 방법이다. 크름반도는 이전부터 친러시아계 주민이 많이 거주하던 곳으로 당시 투표에서 찬성률은 97%에 달했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서방국가들과 국제사회는 이 투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병합 주민투표를 막기 위해 심리전도 펼치고 있다. 이리나 베레시추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헤르손 지역 전투가 격화되자 현지 주민들에게 헤르손을 떠날 것을 촉구하는 한편 러시아 병합 주민투표에 참여할 경우 기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임명 관리들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암살 작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집권 여당 ‘국민의 종’ 소속 의원이었다가 러시아의 침공 이후 헤르손 행정청에 합류한 알렉세이 코발레우는 지난달 말 자택에서 총탄에 맞아 숨졌다. AFP통신은 점령지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공직에 임명된 우크라이나 관리가 죽거나 다치는 일이 지난 몇 달 동안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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