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동원령 ‘후폭풍’ 일파만파…서방은 결속, 러시아는 분열

2022.09.22 16:14 입력 2022.09.22 17:36 수정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서 경찰이 예비군 부분 동원령에 항의하는 한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있다. 모스크바 | A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서 경찰이 예비군 부분 동원령에 항의하는 한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있다. 모스크바 | AP연합뉴스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만 예비군 동원령을 선포하고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을 선택한 후폭풍이 러시아 안팎에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엄포에 자극받아 한층 결속을 강화했으며, 동원령으로 전쟁에 휘말리게 된 러시아 시민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푸틴 대통령의 21일 동원령 연설 이후 일제히 비난 성명을 내며 결집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비확산 체제의 의무를 무시하며 유럽을 상대로 공공연한 핵 위협을 했다”며 “핵전쟁은 승자가 없는 전쟁이며 결코 일어나선 안 된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 박탈과 전쟁범죄 처벌을 요구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를 추가적으로 제재하고, 우크라이나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언론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러시아를 정치·경제적으로 지지하는 개인과 단체에 추가적인 경제적 비용을 부과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8번째 제재를 시사했다. 이번 제재에는 앞서 주요 7개국(G7)이 제안한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나 러시아와의 사치품 거래 단속 등이 포함될 수 있다. EU는 다음 달 중순쯤 추가 제재를 공식화하는 회의를 열 것으로 관측된다.

EU 장관들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에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르마스 라인살루 에스토니아 외무장관은 로이터통신에 “푸틴 대통령은 서방을 겁주고 분열시키려 했지만, 그의 이번 연설이 판도를 바꾸는 순간이 됐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을 “실수”라고 부르며 이번 결정이 러시아를 더욱 고립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주변국들은 자국민들의 러시아군 입대를 막기 위해 문단속에 나섰다. 우즈베키스탄 검찰청은 러시아의 동원령 발동 직후 성명을 통해 해외에서 벌어지는 군사 분쟁에 참전하는 사람은 국내법에 의거해 형사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동원령 선포에 따른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동원령에 반대하는 산발적인 시위가 전국에서 이어지며 21일 저녁까지 13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체포됐다. 러시아 당국은 시위에 참여하거나 참여를 권유하면 최대 15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시위는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외로 탈출하려는 이들도 급증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를 떠나는 항공편 다수가 매진되거나 가격이 크게 올랐다. 러시아와 인접한 EU 회원국들이 앞서 러시아 관광객들의 입국을 불허한 바 있기에 러시아 국민들의 근심은 더 커졌다. 러시아 정치 분석가 드미트리 오레시킨은 “최근까지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식으로 전쟁을 경험한 러시아 시민들에게 크고 개인적인 타격”이라며 “이제 전쟁은 집안으로 들어왔다”고 평했다.

러시아 내부의 위기감은 증시와 외환시장에도 반영됐다. 러시아 증시 MOEX 지수는 이날 한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 뒤 시간이 지나며 낙폭을 만회했으나 전날보다 3.8% 하락한 2130.7로 마감했다. 루블화 가치도 크게 떨어지며 환율은 지난 7월7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민 반발이 커지자 러시아 당국은 동원 대상자의 채무 상환을 유예해주는 등의 지원책으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국방부는 동원 대상에 대학생과 징집병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요동치는 민심을 달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가디언 등 서방 언론들은 동원령 자체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보였다. 30만명을 동원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 이들을 소집하고 훈련시켜 전장에 보내는 데는 몇 달이 걸리기 때문이다. 11월부터 우크라이나의 가을비가 시작되면 전장이 진흙으로 변해 진격이 힘들어진다. 이에 우크라이나군은 그 이전까지 화력을 집중할 태세인데, 러시아가 새로 징집한 병력들은 이 시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없다.

동원령이 러시아군이 겪고 있는 사기 저하를 더 심화시킬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계약직 군인들은 이번 동원령으로 복무 기간이 자동적으로 연장됐는데, 당초 제한적인 기간을 상정하고 온 이들은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오는 11월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었다는 한 군인은 언론인터뷰에서 “나는 이대로 계속 싸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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