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프랑스 띄우기’, 마크롱의 ‘시진핑 환대’…왜?

2024.05.08 15:27 입력 2024.05.08 17:38 수정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가 7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의 외할머니가 거주했던 오트피레네 지역의 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가 7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의 외할머니가 거주했던 오트피레네 지역의 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5년 만의 유럽 순방 첫 일정인 프랑스 방문은 피레네 별장 회담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마무리됐다. 시 주석은 방문 기간 프랑스를 ‘유서 깊은 문명을 가진 나라’, ‘대국’ 등이라고 추켜세웠으며 “중국·프랑스 관계는 국제 관계의 모범”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시 주석의 ‘프랑스 띄우기’는 7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외할머니가 기거했던 오트피레네 별장 방문에서도 이어졌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 주석은 마크롱 대통령과 식사 자리에서 “중국 문명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5000년 동안 중단없이 이어져 왔다”며 “중국인들은 강한 가족의식과 조국애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과 프랑스는 각각 동·서양 문명에 속해 서로 다른 가치관과 사회제도를 갖고 있지만 둘 다 문명 간 교류와 상호 학습을 중시한다”며 “중국과 프랑스는 조화를 이루면서도 각자의 다른 원칙을 유지(和而不同·화이부동)하며 협력을 통해 세계평화와 인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이부동’은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와의 관계에서 강조하는 원칙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 주석의 특별 초청으로 이뤄진 광저우 송원 방문이 인상적이었다며 “중국의 역사, 문화, 이념 및 발전과정과 주요 이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정세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유럽이 전략적 독립과 단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프랑스와 중국은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다. 나는 시 주석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유럽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 부부는 이 마을에서 주민들의 민속춤을 관람하고 주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시 주석이 친근한 이미지를 연출할 기회를 얻는 일은 서방국가 방문에서 드물다.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시 주석의 이날 피레네 별장 방문이 “양국 고위급 교류의 새로운 정점을 열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방문 기간 내내 프랑스가 서방의 일원이자 주요 강대국이면서도 역사적으로 미국과 다른 독자노선을 추구했다는 점을 계속 높이 평가했다. 시 주석은 중국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민주주의’ 대신 ‘문명’, ‘대국’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중국과 프랑스의 공통점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지난 5일 프랑스 도착에 맞춰 공개된 르피가로 기고에서 1964년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 냉전의 절정기에서 중국과 수교하기로 한 결정을 언급했다. 6일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도 프랑스와 중국이 모두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며 국제 질서의 주요 행위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유럽 독자노선’을 강조한다.

중국과 프랑스는 녹색개발, 항공 등 약 20개 분야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시 주석은 프랑스 농산품에 대한 중국 시장 개방도 약속했다. 프랑스의 대중국 주력 농업 수출품은 와인, 치즈 등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항공 분야는 프랑스가 미국과 세계 시장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맞서 ‘중국과 협력하는 것이 경제적 이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과 ‘중국과 협력하는 프랑스’를 대조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중 갈등으로 미국의 대중국 농업 수출이 감소한 사실을 언급하며 “중국·프랑스 농업 무역의 성공적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과 미국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독일과 다른 경제적 이해관계도 양국 정상 간 우호적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제일재경신문은 “프랑스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취약하다”며 녹색 에너지 협력이 프랑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를 인용해 전했다. 프랑스는 원전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고수하면서 독일에 비해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늦게 뛰어들었다. 반면 EU의 중국산 자동차·풍력터빈 반보조금 조사를 이끌고 있는 독일은 전기차, 재생에너지를 두고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

프랑스 내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인권 문제를 덮고 시 주석을 지나치게 환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파리정치대학 국제관계 전문가인 베르트랑 바디는 AFP 통신에 “마크롱 대통령은 항상 자신의 개인적인 관계가 구조를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시진핑은 감상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위구르 ·티베트인들은 시 주석 방중 기간 시위를 벌였다. 엘리제궁은 “대통령은 (6일 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했고, 여러 개별 사례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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