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대구 ‘신천 할매떡볶이’ 윤옥연 할머니

2005.12.25 15:41

[피플]대구 ‘신천 할매떡볶이’ 윤옥연 할머니

내, 대구 신천시장 떡볶이할매. 모리나? 대구에서는 윤옥연(66)이 모르면 간첩이라 카는데. 내 이름하고 얼굴 붙은 떡볶이집이 대구에만 열다섯개 있다 아이가. 포항에도 저번달에 하나 생겼고.

신천 ‘매운떡볶이’라 카믄, ‘마약 떡볶이’라 안 하나. 서울이고 거제도고 전국에 배달 안하는 데가 없는데, 안 무봤는가베?

보자, 언제고. 우리 막냉이가 국민학교 드갈라 할 때 시작했으니까(1976년) 인자 30년 됐네. 먹고 살라꼬 떡볶이 만들었다 아이가. 아는 다섯이나 있는데. 안 해본 장사가 없었는기라. 채소 장사, 튀김장사, 메르치(멸치)장사, 소금장사, 이불 솜도 타봤다. 말 마라, 생각하믄 눈물이 다 난다. 신천시장 조기서 찌짐(부침개) 꾸버서 팔았는데, 그것도 잘 안되데. 그래서 떡볶이 시작했다 아이가.

인자는 홀도 있고, 살림방도 있는데, 처음엔 이런 집이 어딨노. 구루마 끌고 나왔다. 크다꾸만(커다란) 물통에 물 받아가꼬, 연탄불에다 맹글었다 아이가. 내 연탄깨스도 억수로 뭇다. 동네 사람들이 김칫국물 갖다 멕이고 해서 죽다 살았다.

그냥 쪼매썩 만들어 팔았는데, 손님이 자꾸 늘대. 요 앞에 수퍼까지 줄이 나래비(나란히)로 섰다 아이가. 맛있다카대. 학교 딸아들이 밥시간에 떡볶이 배달해달라 카데. 가들이 직장 댕기고 시집가고 하믄서 집까지 배달시키 묵더라. 퀵서비스한 것도 벌씨로 한 10년 된다. 요 옆에 퀵서비스가 우리집 담당 아이가. 한달에 고속버스 택배로 서울 가는 것만 수십개 된다. 단골들이 사가꼬 일본도 가고 대만도 간다카대. 떡볶이 5,000원어치 사 무면서 택배비가 만원 든다카이. 웃기제?

내 맹그는 떡볶이가 은가이(어지간히) 맵다. 처음 무면 매버서 못 묵는데, 한 사흘 지나믄 또 묵고 싶은기라. 그래서 마약이라 안 카나. 맵다 캐싸킬래, 쿨피스 갖다 놨제. 떡복이에 오뎅·만두 튕군(튀긴) 거 찍어 묵고 쿨피스로 매운맛 가시는 기라. 우리집은 3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천천천’ 하믄 떡볶이·오뎅·만두 1,000원어치씩이고, ‘이삼삼’ 하면, 떡볶이 2,000원, 오뎅·만두 3,000원 아이가.

옛날 아들(애들)이 참 좋았다. 여름되믄 음료수가 안 떨어졌다. 할매 덥다고 계속 사다놓대. 딸 같고 엄마 같다 아이가. 더 무라고 계속 안 퍼줬나. 내사 또 맹글면 되니까. 이마이면(이만큼이면) 서울에서는 한 5,000원 하제? 서울에도 신당동에 떡볶이집 있다메? 거기도 맵나?

니, 모리제? 사실 내는 떡볶이 못 묵는다. 매버서 입에도 못댄다. 그래서 단골들이 간 봐준다 아이가. 그카이 매븐데도 양념 더 찾대. 냉장고에 넣어논 거 다 꺼내 묵더라. 밥 비비묵고, 국물까지 쪽쪽 빨아 묵대. 인터넷 팬클럽? 있다 카대. 한 만명 된다카대. 내사 컴퓨터도 못해서 모린다.

[피플]대구 ‘신천 할매떡볶이’ 윤옥연 할머니

비법? 그거 말라(뭐하러) 알라 카노? 딸래미도 며느리도 모린다. 할배도 모린다. 내가 새벽 4시에 일난다 아이가. 아침마다 양념 만드는데 한 10가지 드간다. 손으로 딱딱 양 마차주면, 할배가 치댄다(버무린다). 하루에 바께스통 한 다섯개는 만들끼라. 여기 두 통 쓰고, 분점에도 갖다 준다. 저녁에 9시까지 떡볶이 맹근다. 혼자는 못한데이. 요 옆에 사는 큰딸래미가 와서 거들고, 할배가 그릇 치운다.

우리 아들도 다 떡볶이 한다. 일이 힘들어도 남 밑에 있는 것 보다 낫다. 둘째가 경북여상 앞(1호점)에 떡볶이 한 게 벌씨로 한 20년 됐다. 셋째도 하고, 작은 딸래미도 한다. 16개나 되니까 아들도 하고, 조카도 하고, 남도 한다. 양념은 내가 맹글어서 갖다준다. 그래도 “할매께 젤로 맛있다”면서 일로 오는 아들이 있대. 요새는 가짜도 억수로 생깄다. 서울에 있는 것도 가짜 아이가.

여기도 인자 옮긴다. 신천시장 재개발한다 카대. 요자리서만 고대로 30년을 했는데. 조 옆에 벌씨로 가게(053-756-7579)는 문 열었다. 요거 없어질 때까지는 요서 하고. 언제까지 할끼냐고? 아이구야, 지업어서(지겨워서) 어찌 노노. 이걸로 5남매 장개 다 보냈다 아이가. 갈 때까지 해야제.

〈대구|글 최명애기자 glaukus@kyunghyang.com〉

〈사진 정지윤기자 colo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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