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전략가 ‘요충’을 피하는 법

2013.03.29 10:46 입력 2013.03.29 14:36 수정
헬스경향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가족 모두한테서 요충이 나와서 회충약을 썼어요. 20일 간격으로 두 번씩, 세 사이클을 돌렸는데도 치료가 안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생충이 많이 없어진 와중에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게 바로 요충이란 놈이다. 특히 어린이들이 많이 있는 곳을 조사하면 늘 5% 이상 감염률이 나온다. 최근 보고만 봐도 경상남도 유치원 아이들 3400명을 조사했더니 6%가 나왔다고 하고 전라남도 아이들 2000여명의 조사결과는 4%를 넘었다.

기생충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요충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가 가능하다. 예컨대 회충은 장 속에서 알을 낳으니 알이 대변과 함께 변기로 사라져 버리지만 요충은 암컷이 몸 가득 알을 채운 뒤 항문 주위로 나와 알을 와장창 뿌린다. 그러고 난 뒤에도 요충이 항문 주위에서 왔다갔다하며 가려움증을 유발해 항문을 긁게 한다. 항문을 긁으면 손에 다량의 요충 알이 묻히게 된다. 요충은 참 뛰어난 전략가이다.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게다가 요충알은 건조한 상태에서도 오래도록 살아있을 수 있어 그 손으로 식탁을 만지기라도 하면 가족 전체가 요충에 걸릴 환경이 조성된다. 밥풀이 묻은 젓가락을 거기다 올려놓으면 밥풀에 요충알이 와장창 달라붙지 않겠는가?

다행스러운 건 요충이 회충약에 아주 잘 듣는다는 것. 20일 간격으로 약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성장한 요충과 달리 어린 요충은 약발이 잘 통하지 않기 때문. 어른으로 자랄 때까지 기다렸다가 약을 먹어야 한다. 편충에서는 약에 대한 저항성이 여러 번 보고됐지만 요충은치료에 실패한 경우는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충이 잘 낫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왜 그럴까?

한 유치원 아이들의 요충 감염률이 5%가 나왔다고 하자. 나머지 95%의 아이들도 다 요충에 걸린 친구들과 손을 붙잡고 놀았을 테고 먹을 것도 같이 나누어 먹었을 것이다.

요충 검사는 스카치테이프를 항문 주위에 떼었다 붙임여 거기 있는 요충알을 확인하는 작업으로 양성판정이 되려면 일단 몸 안에 있는 요충이 몸에 알을 가득 채우고 항문 밖으로 나와 알을 뿌려야 한다. 아직 때가 안돼 요충이 몸 안에 머물러 있을 경우 요충검사를 해도 소용이 없다.

게다가 검사 당일 목욕이라도 했다면 항문에 있던 요충알은 모조리 씻겨서 나가버려 아이의 몸에 알을 만드는 요충이 몇십 마리 더 있어도 검사를 하면 음성판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요충을 치료할 때 한 명만 양성인 아이가 있어도 유치원의 아이들을 전부 검사해야 하는 건 이런 이유다.

다시 위의 질문으로 가보자. 그 의사는 요충이 나온 가족을 동시에 20일 간격으로 치료했지만 11개월 동안 계속 요충이 나왔다. 가장 확률이 높은 건 아이가 유치원에서 계속적으로 요충에 걸려오는 경우다. 이땐 그 유치원에 가서 아이들을 검사할 필요가 있다.

또 집안 어딘가에 요충알이 쌓여있는 곳이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불에 요충알이 묻어 있다면 자는 도중에 요충알이 입으로 들어올 수 있다. 요충 감염 시 가구와 이부자리를 모두 소독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 가족은 놀랍게도 이 두 경우에 해당되지 않았다.

뛰어난 전략가 ‘요충’을 피하는 법

요충은 크기 1센티를 조금 넘는 하얀 벌레여서 식별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간혹 다른 벌레가 요충으로 오인될 수도 있다. 그 가족이 요충이라고 하면서 보내온 사진을 보니 요충이 아니라 구더기 비슷한 것이 찍혀 있었다. 그 가족이 처음엔 요충에 걸려 회충약 투여로 요충은 진작 치료됐지만 그 가족들은 충격 때문에 집안에서 요충 비슷한 뭔가를 발견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혹시 헷갈리실 분들이 있을까봐 요충 사진을 공개한다. 요충의 빼어난 자태를 감상하시길. 구더기보다 요충이 예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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