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행적 백선엽’ 육사 홈페이지서 전쟁 영웅 묘사

2017.10.23 22:02 입력 2017.10.23 23:15 수정

한국전쟁 배경으로 활동상 30회 분량 웹툰으로 다뤄

일제강점기 때 항일인사 토벌 전력 빠져 부적절 지적

‘친일 행적 백선엽’ 육사 홈페이지서 전쟁 영웅 묘사

‘친일 행적’으로 논란이 된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97)을 ‘전쟁 영웅’으로 그린 웹툰(그림)이 육군사관학교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그는 일제강점기 시절 항일인사 토벌에 나선 만주군 간도특설대 출신이다. 같은 간도특설대 출신 김백일 장군 동상이 육군보병학교에 세워져 있는 데 대해서도 역사단체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3일 육사 등의 말을 종합하면 육사는 지난해 5~9월 홈페이지에 육사 학술정보원이 제작한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라는 제목의 웹툰 30회를 게재했다.

이 웹툰은 가상의 인물이 1950년 한국전쟁 상황을 회고하는 방식으로 당시 백선엽 전 장군의 활동을 집중 조명한다.

웹툰의 제목은 백 전 장군의 회고록 제목과도 같다. 육사는 이 같은 이름의 회고록과 백 전 장군의 또 다른 회고록 <군과 나>의 내용을 기반으로 스토리를 구성했다. 웹툰은 백 전 장군을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묘사하고 있다.

웹툰은 마지막 회에서 제작 소회를 밝히면서 “사관생도를 포함한 젊은이들에게 6·25 전쟁의 실상과 오늘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값진 희생이 있었는지 알려주기 위해 시작한 웹툰”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백 전 장군은 해방 후 미군정이 세운 군사영어학교 졸업 후 중위로 임관했다. 그는 한국전쟁 개전 당시 제1사단장으로 활약했고, 1953년 휴전 당시 대장으로 승진했다. 백 전 장군은 두 차례 육군참모총장을 지냈고, 연합참모회의 의장(현 합참의장)을 끝으로 1960년 예편했다. 이 웹툰은 당초 2014년 6월부터 육사 교내 포털사이트 ‘학습광장’과 국방일보에 연재됐다. 그러다 지난해 육사가 일반인도 볼 수 있는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백 전 장군을 ‘친일 행적’은 뺀 채 전쟁 영웅으로만 묘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 전 장군은 일제강점기 때 간도특설대 장교로 2년 반 동안 복무한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백 전 장군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했다.

시민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도 백 전 장군의 이름이 올랐다. 이명박 정부 때 한국군 최초의 명예원수(5성 장군)로 백 전 장군을 추대하는 방안이 추진됐다가 한국전쟁에 함께 참전했던 군 원로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친일파를 한국군 최초의 명예원수로 추대해서는 안된다”는 이유였다.

전남 장성에 있는 육군보병학교에 세워진 김백일 장군 동상도 도마에 올랐다. 김 장군은 일본이 만주국에 세운 봉천군관학교를 졸업하고 1937년부터 간도특설대에서 장교로 복무했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포함됐고, ‘친일인명사전’ 명단에도 이름이 있다. 보병학교 측은 “김백일 장군은 초대 보병학교장을 지냈다”며 “다만 국가보훈처가 지정한 현충시설이기 때문에 보훈처에 문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훈처는 “확인 중”이라고 했다.

1968년부터 매년 육사 내 승마경기장에서 ‘이용문 장군배 전국 승마대회’가 열리고 있는데 이 장군은 일본 육사를 나와 일본군 참모본부인 대본영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랐다. 이런 논란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육군본부는 “내용을 확인하고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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