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다른 나라 민영화 단계 그대로 진행… 박 대통령, 프랑스 방문해 시장 개방 약속”

2013.12.15 21:30
박철응 기자

외스타인 아슬락센 국제운수노련 철도분과 의장

“이윤 추구 철도 민영화는 세계적으로 실패한 모델”

외스타인 아슬락센 국제운수노련 철도분과 의장(62·사진)은 “한국 정부는 말 따로, 행동 따로”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철도 민영화를 위한 필수적인 전 단계가 사업 분리이며 한국 정부도 민영화는 아니라면서 이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아슬락센 의장은 철도노조와 정부 간의 대화를 촉구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노르웨이 출신으로 40년간 철도 기관사로 근무했다.

[빗장 풀린 공공부문 민영화]“한국, 다른 나라 민영화 단계 그대로 진행… 박 대통령, 프랑스 방문해 시장 개방 약속”

아슬락센 의장은 15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의 철도 민영화 순서를 보면 첫 번째가 시설과 운영 분리이며, 두 번째로 공기업을 여러 회사로 나누는 것”이라면서 “한국에서는 첫 단계가 이미 진행됐고 이제 두 번째 단계로 진입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아슬락센 의장은 “한국 정부가 대외적으로 철도시장 개방 의사를 밝힌 것도 그 연장선”이라고 주목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초국적 운수 기업들이 있는 프랑스를 방문해 철도시장 개방을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다른 나라에서 진행된 민영화 단계를 그대로 밟으면서 개방 의지까지 보이기 때문에 정부가 ‘민영화 안 한다’는 얘기를 믿을 수 없다. 믿지 말라”고 말했다.

철도 민영화는 세계적으로 실패한 모델이며 유럽 일부 국가에서 추진 중인 민영화는 이윤 추구를 위한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아슬락센 의장은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철도 민영화는 실패했고, 뉴질랜드는 재국유화하며 민간 매각 대금의 2배에 달하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면서 “유럽에서 합리적 요금으로 철도가 가장 잘 운영되는 나라는 스위스이며 국영이다. 민간 회사나 이윤을 추구하는 연기금들은 투자는 제대로 하지 않고 이윤 챙기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의 전문가 그룹이 내놓은 정책보고서에서도 ‘철도 민영화는 합리적 근거가 없으며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그는 대형 철도사고를 겪고 재국유화에 나선 영국 사례를 반추하며 민영화의 치명적인 폐해는 안전 문제라고 했다. 아슬락센 의장은 “특히 한국은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철도사고가 발생했을 때 철저히 근본 원인을 밝혀내기보다는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분할되면 그런 경향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정부가 철도 파업에 대해 형사처벌과 직위해제 등 강경 대응을 하는 데 대해서는 “놀랐다”고 했다. 아슬락센 의장은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비춰보면 철도는 필수 공익사업장이 아닌데도 철도노조는 필수 업무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준법 파업을 벌이는 노동자들을 직위해제하고 형사처벌하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 어울리지 않는다. 중동의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을 한국에서 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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