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설가 김형경 '나와 만나는 시간의 소중함'

2014.01.28 16:44 입력 2014.02.03 16:57 수정

“부정적 감정도 내 것임을 인정하는 힘든 시간 거쳐야 마음 치유돼”

경향신문이 마련한 2014년 연중기획은 ‘심리톡톡 - 나와 만나는 시간’이다. 내 마음을 이해하는 데에서 너에 대한 이해가 시작되고 사회가 변화한다는 취지로, 매월 심리 전문가들의 강연을 들어본다. 1월 첫 강연은 소설가 김형경씨가 ‘나 자신과 만나는 시간의 소중함’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에세이집 <남자를 위하여> <좋은 이별>과 소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통해 심리 전문가와 대중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지난 22일 저녁 서울 정동길 경향신문 5층 북카페에서 그가 풀어놓은 강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심리학과 대중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온 소설가 김형경씨가 지난 22일 경향신문사 5층에서 열린 독자 강연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김씨는 “내 안의 내면아이를 알고 통합하면 인생의 길목에 가로등이 켜진 듯한 느낌”이라며 “내가 변화해 100명이 행복해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심리학과 대중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온 소설가 김형경씨가 지난 22일 경향신문사 5층에서 열린 독자 강연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김씨는 “내 안의 내면아이를 알고 통합하면 인생의 길목에 가로등이 켜진 듯한 느낌”이라며 “내가 변화해 100명이 행복해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대학 때 만난 친구가 있다. 항상 불안해해서 가족들이 힘들어했다. 문제를 인정하지 않다가 내면 성찰을 시작한 뒤 그는 달라졌는데 가족은 물론이고 교사로서 담당한 학생들까지 편안해졌다. 마음 성찰이 중요한 것은 한 사람만 달라져도 100명이 편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왜 현대인에게 마음 읽기가 필요할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라는 페미니즘의 명제처럼, 개인의 심리가 가장 사회적이기 때문이다. 서구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정신분석이 보편화됐고 아이들의 마음 상처를 치료했지만, 한국은 1950년대 전쟁을 겪고서도 1990년대까지 정신분석이 일종의 금기였다. 심리적 문제를 장기간 회피하면서 우리 사회는 점점 불안해지고 폭력적으로 변했다. 전쟁과 가난의 상처를 지닌 부모세대가 우리를 불안하게 키웠고, 우리의 자녀세대들도 불안하게 양육하고 있다. 아무런 트라우마가 없는 아이들인데도 불안해하고 박해감도 큰 경우를 만나곤 한다. 개인의 심리적 문제는 대물림되고 악순환되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 문제를 해결하려 과거 정신분석을 받았다. 죽음 충동에 시달렸고 중증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 심리 관련 서적을 많이 읽어서 내 문제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이론은 요리로 치자면 레시피에 불과했다. 요리는 실제로 해봐야 아는 것이다. 내면에서 나를 판단하고 심지어 비난하는 목소리는 유아기 때에는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성인기에는 이게 필요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 그래서 20살에서 25살 사이에 정신분석을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스피노자는 “통탄해서도 안되고 비웃어서도 안되고 혐오해서도 안된다. 오직 이해하는 것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이해의 도구가 심리학이 될 수 있다. 타인을 이해하고 관계를 잘 맺고 소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잘 아는 게 중요하다.

마음을 치유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먼저 아이였을 때 약한 자아가 외면하면서 무의식에 억압해놓은 감정들을 어른이 되면 다 꺼내서 내 것으로 수용해야 한다. 거기에서 에너지가 나온다. 나의 내면에 무얼 파묻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정신분석에서는 무의식, 심리학에서는 내면아이로 부르는 이것을 성찰하는 것이 첫 번째 자기를 치유하는 방법이다. 성찰할 때에는 타인에 대해 판단하고 평가하는 이야기들을 멈춰야 한다. 그건 자신을 이해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행동을 관찰해봐라. 혼자 조용히 앉아 있고 싶어할 때에는 사람들이 나의 공간을 침해한다고 느끼고 있을 수 있고, 모임을 만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면 보호받을 대체 공간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내면아이 찾기는 늘 책을 읽고 자기 성찰을 하는 사람의 경우 한두 번 만에 수월하게 해낸다. “나의 내면아이는 40년 동안 길가에 앉아 있었다”는 식으로 말한다. 하지만 무의식에 억압해놓은 이 같은 부정적 감정을 인정하길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적 감정을 지적하면 ‘당신이 뭘 아느냐’며 펄펄 뛰며 화를 낸다.

내면아이를 찾은 다음 단계는 성인인 자아가 이 아이를 달래주고 보살펴주며 통합하는 것이다. 부정적 감정들이 자신의 것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과정이다. 힘든 마음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운전 중 다른 차가 끼어들면 분노하고, 타인의 성공을 축하하기보다는 악담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자신의 시기심을 인정한 이후 스스로 치유하고 회복했다. 이 같은 자기 치유과정을 거치면 타인에게도 수용적이 된다. 또 공동체로서의 사회에 대해서도 관대해진다.


통합의 모든 단계를 거치면 그간 안개낀 듯한 인생의 길목에 가로등이 켜진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변화해 100명이 행복해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 (이하 청중 질의답변) 서비스직에 종사하고 있다. 정해진 납기 안에 각종 빠듯한 요구를 받을 때 매우 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겠다.

“어린 시절 부모가 아이를 닦달하고 재촉하는 양육을 했을 수 있다. 당시 부모에게 화내지 못했던 것들이 내면에 쌓여 있어서 터지는 것이다. 언제나 문제의 근원은 정서가 형성되는 6살 정도에 다 있다. 심하다고 생각되면 전문가를 만나보는 게 좋을 듯하다.”

- 35살에 외국에 나갔다가 정착에 실패해 5년 만에 돌아왔다. 삶의 목표가 사라졌고 극도의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다.

“인생은 35살까지가 청년기다. 이때까지 꾸는 꿈은 부모의 꿈 또는 나의 결핍에 관한 것이다. 35살이 되면 그 꿈을 성취해도 허망하고 못해도 허망하다. 그래서 중년기가 시작되는 35살에는 자신의 꿈을 찾고 재조정해야 한다. 이른바 중년의 위기다. 질문자가 외국에 나간 것은 상실감을 피해 고통을 유보하려고 도피한 것이다. 삶은 떠돌면서 사는 게 아니라 자기 성취를 하며 사는 것이다. 생산적 요소가 있어야 삶의 에너지가 생긴다.”

■ 김형경이 권하는 책들
“책 통해 내면 비춰보길”


[심리톡톡, 나와 만나는 시간](1) 소설가 김형경 '나와 만나는 시간의 소중함'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독서는 큰 도움이 된다. “책 속의 에피소드들을 내 내면에 비춰가면서 읽는 것”이 중요하며 “5~7명 정도가 책읽기 모임을 꾸려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면을 돌아보면 많이 달라진다”고 김형경 작가는 말했다. 그는 다음 열 권의 책을 추천했다.

의존성은 <신데렐라 콤플렉스>(콜레트 다울링, 나라원) <너무 사랑하는 여자들>(로빈 노우드, 북로드), 나르시시즘은 <나르시시즘의 심리학>(샌디 호치키스, 교양인), <여자의 심리학>(배르벨 바르데츠키, 북폴리오), 시기심은 <시기심>(롤프 하우블, 에코리브르), <신데렐라와 그 자매들>(앤 배리 율라노프, 한국심리치료연구소)을 읽어보면 좋다. 위의 세 가지 심리는 모든 인간들이 가장 깊이 갖고 있는 특징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내면아이에 관해 궁금하다면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존 브래드쇼, 학지사), <내 안의 어린아이>(에리카 초피크, 교양인)를 읽어본다. 자신의 부모와의 관계 또는 부모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면 <흔들리는 부모들>(수잔 포워드, 사피엔티아), <그들은 협박이라 말하지 않는다>(수잔 포워드, 서돌)를 읽으면 도움이 된다.


[심리톡톡, 나와 만나는 시간](1) 소설가 김형경 '나와 만나는 시간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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