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의사 숫자 크게 증가, 병원계에 점점 세지는 여풍(女風) 당당

2015.01.15 08:57

의료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여풍(女風)이다.

최근 교육과 진료, 연구 분야에서 맹활약하는 여의사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보직에 진출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한다. 임상과장, 센터장, 진료·연구 부장, 국·실의 차장 등에 상당수 포진하고 있다.

일부 사립대병원의 경우 여성이 의료원장이나 병원장을 거의 독식하고 선거직 학장까지 거머쥐는 일도 적지 않다. 얼마전 지방의 국립대병원에도 여성 병원장이 처음으로 탄생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간호본부장이나 약제부장 같은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여성 보직자가 수장을 맡고 있다. 여성 홍보팀장도 늘고 있다.

여성 의사 숫자 크게 증가, 병원계에 점점 세지는 여풍(女風) 당당

■경향신문 ‘여의열전(女醫列傳)’ 시리즈에서 확인

경향신문은 한국 언론사상 처음으로 2013년 3월부터 2014년 4월까지 1년여간 한국 의료를 이끄는 여의학자들을 취재해 지면에 게재했다. 타이틀이 ‘여의열전(女醫列傳)’이다. 의학자의 3대 요소인 교육·연구·진료에서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여성 의학자들의 이야기는 한국 의료의 중심으로 여의사들이 떠오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관련 최신 통계를 한번 살펴보자. 의과대학의 여성 비율이 계속 증가 추세다. 서울대는 의학과(본과) 전체의 여학생 비율이 1993년 17%에서 2003년 33%, 그리고 2013년엔 38%로 집계됐다. 본과 1학년을 기준으로 하면 2014년 말 현재 절반이 여성이다.

연세대 의대의 경우 1994년 전체 여학생 비율 22%에서 2004년 44%로 늘어났으며, 2014년의 경우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을 합쳐 33%다. 연세대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여학생의 비율이 48%나 되는데, 이는 학부 성적이 뛰어난 여학생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양대는 2004년 16%(의대)에서 2014년 44%(의대 37%, 의학전문대학원 58%)로 껑충 뛰었다. 가톨릭대 의대는 1994년 25%, 2004년 39%, 2014년 51%로 여학생 비율이 계속 높아졌다(2013년엔 70%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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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대학병원의 여학생·여교수 숫자 증가일로

의대나 대학병원에 여교수의 숫자도 증가일로에 있다. 서울대병원은 여교수 비율이 1993년 불과 2%에서 2003년 5%로 증가했고 2013년에는 14%에 달했다. 여교수 숫자가 60명에 육박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여교수 비율이 2009년 28%에서 2013년 39%로 늘어 82명이 여교수다.

미래의 재원인 전공의들은 어떤가.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전국의 인턴은 32%, 레지던트는 35%가 여성이다. 대형 병원들은 이미 2010년에 전공의(레지던트) 여의사 비율이 서울아산병원 54.6%, 삼성서울병원 50.1%, 서울대병원 47.6%, 세브란스병원 41.6%로 절반 내외를 차지했을 정도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을 통해 2013년 의사면허를 취득한 의사는 총 3059명. 이 중 여자 의사가 33%를 차지한다. 2013년 상반기 현재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의사 중 여의사는 1만 9604명으로 22.4%를 차지했다. 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등 남성이 주도하던 영역에 진출하는 여의사도 상당하다. 2013년 기준으로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외과 전문의(교수·임상강사 포함)의 여성 비율이 23%(62명 중 14명), 전공의 여성 비율은 35%(31명 중 11명)로 3~4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삼성서울병원 외과 임상강사(전임의)는 24명 중 10명(42%), 전공의는 46명 중 14명(30%)이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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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한국 의료의 새 지평, 여의사들이 활짝

이같은 지표들이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지 굳이 설명을 할 필요가 있을까. 병원계에도 사회 전반적인 현상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숫자가 늘어나고, 자연적으로 그들의 역할이 증가된다는 얘기다. 단순한 숫자의 증가를 넘어 이제 한국 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주인공들은 여의사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 의료기관들이 여성 의료인을 채용하고 보직자로 임명하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변화의 한 부분으로 수용될 전망이다.

“여성의 따뜻하고 유연한 리더십은 소통이 중요한 이 시대에 더욱 돋보인다. 한국의 여의사들도 글로벌 시대를 맞아 세계적 의학자라는 새 역할과 역량을 고민하고, 그에 맞는 미래 비전을 만들어 가야 할 때다.” (이순남 이화여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병원계의 변화에 섬세하게 대응하는 능력에서는 여성이 우위를 가진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설득력, 공감력 등 여러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판단된다. 능력있는 의료인들을 성별에 상관없이 보직자에 임명하는 병원의 환경변화가 좀 더 강조돼야 할 부분이다.”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 경영관리실장·비뇨기과 과장)

한국 의료계는 국외의 환경까지 감안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의료기관들도 이제는 글로벌 인재상을 원하고 있다. ‘대한민국 글로벌 의사상’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토론은 급부상하는 여의사들을 빼놓고는 이뤄질 수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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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열전’ 빛나는 46인 여의학자들 소속·분야

<1부 錦上添花(금상첨화) : 비단 위에 꽃 향기를 더하다>

박귀원 서울대병원 소아외과 교수(선천성기형 수술, 2014년 3월부터 중앙대병원 소속), 서창옥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방사선 암치료), 심완주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심장초음파 진단), 김미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자궁근종 수술), 이은숙 국립암센터 유방암센터장(유방암 수술), 편복양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소아알레르기질환), 문혜성 이화여대 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부인암 수술), 원혜성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고위험 태아치료·태아내시경), 김윤덕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안성형·성형안과), 양형인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류머티즘·자가면역 질환).

<2부 囊中之錐(낭중지추) : 능력과 재주가 두드러지다>

라선영 세브란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항암 약물치료), 문남주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시각 재활), 박영은 부산대병원 신경과 교수(희소난치성 근육병), 한진영 동아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진단혈액학·진단세포유전학), 박해심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천식·알레르기·면역학), 백혜정 가천대 길병원 안과 교수(사시·소아안과·신경안과), 김영훈 인제대 부산백병원 신장내과 교수(콩팥병·신장이식),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소화기내시경), 박수은 양산부산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소아 감염질환).

<3부 愚公移山(우공이산) : 끊임없이 노력해 이뤄내다>

김교순 건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소아신장), 이남준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간이식), 전은주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이석증·어지럼증), 정희진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인플루엔자·백신), 유승영 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망막질환·황반질환), 배서영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형외과 교수(족부·족관절), 신동원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소아청소년 정신의학·ADHD), 홍순원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병리과 교수(갑상선암 병리진단), 박미연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과장(여드름·색소질환).

<4부 漸入佳境(점입가경) : 점점 좋은 경지로 들어가다>

김문영 가톨릭관동대 의대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고위험·쌍태아임신 및 분만·태아초음파진단), 박정화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간경변·줄기세포치료), 윤하나 이화여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요실금·배뇨장애·성의학), 박시내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이명·난청), 김현아 한림대 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류마티스관절염·골관절염), 김미정 한양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로봇재활·줄기세포치료), 김은영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운동이상질환), 김명아 서울시 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심장 중재시술), 유시현 순천향대 천안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통증치료).

<5부 靑出於藍(청출어람) : 앞보다 더 찬란하게 빛나다>

최은경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유전체분석 맞춤암치료), 황미수 영남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유방영상학), 장윤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이른둥이 및 고위험 신생아 치료), 안규리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신장이식·유전성 콩팥질환), 김용란 건양대 김안과병원 소아안과 교수(소아안과질환·병원경영), 홍기연 원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항노화 치료·갱년기 장애), 정태영 화순전남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악성뇌종양·소아뇌종양), 최은희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생활습관 의학·스포츠 및 통증 재활), 임동미 건양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갑상선암·당뇨합병증).

◇여의열전(女醫列傳), 여의학자 46인의 성공인생 이야기(경향신문 발간, 336쪽·1만 8000원)◇

필자(저자)는 박효순 경향신문 정책사회부 건강과학팀장·부장, 건강의료 전문기자다. 그는 ‘여의열전’ 기획시리즈로 한국과학기자협회 2014년도 ‘GSK의학기자상’을 수상했다. 네이버 캐스트에 건강의 날(‘건강 날날날’) 시리즈를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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