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노동자 숨진 채 발견…"노조파괴가 생명 앗아가"

2016.03.17 14:53 입력 2016.04.01 11:00 수정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가동된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유성기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2011년 이후 지속된 노조 파괴와 징계 압박이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다”며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는 17일 “오늘 아침 8시쯤 조합원 한모씨(42)가 영동 양산의 집 근처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한씨는 2012~2013년 지회 대의원을 맡는 등 노조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한씨는 2014년 충남노동인권센터 심리치유사업단이 실시한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우울증이 의심돼 상담치료를 받았다. 당시 유성기업 노동자들 중 36%가량이 정신건강이 고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단은 2011년 이후 진행된 노조 파괴가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17일 한모 조합원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파업에 들어간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 조합원들이 공장 앞에 어두운 표정으로 모여 있다. 금속노조 제공

17일 한모 조합원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파업에 들어간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 조합원들이 공장 앞에 어두운 표정으로 모여 있다. 금속노조 제공

유성기업은 최근 한씨의 근태를 문제삼아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등 징계를 추진 중이었다. 지회는 “한 조합원이 징계위 개최를 위한 사전조사를 통보받은 지난 14일 이후 출근을 하지 않았고 주변과의 연락이 끊겼다”며 “단체협약에는 쟁의행위 기간 중 징계를 할 수 없는데도 회사는 이를 무시하고 징계 절차를 밟았다”고 밝혔다.

지회는 “2011년 이후 지속된 노조파괴와 현장탄압은 조합원들의 심신 건강을 악화시켜왔다”며 “한 조합원 죽음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회사에 있다”고 밝혔다.

유성기업이 여론의 주목을 집중적으로 받은 시기는 2011년이었다. 유성기업은 그해 초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 및 월급제 도입을 놓고 노사가 대립했다. 금속노조가 5월18일 라인을 점거하고 파업을 시작하자 사측은 아산공장과 영동공장에 대해 직장폐쇄 조치를 취하면서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이후 직장폐쇄에 항의하며 아산공장으로 진입하려던 조합원들과 사측 용역업체 직원이 충돌하는 등 갈등이 빚어졌다.

회사는 2011년 7월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자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맺고 금속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가동했다. 노조 파괴 사실은 2012년 ‘산업현장 폭력용역 관련 청문회’에서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유성기업은 국내 기업 중 산업재해가 가장 잦은 곳이기도 하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4년 산재·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한 사업장 현황’을 보면 유성기업은 재해율 15.53%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풍생(6.54%)이나 한수실업(6.52%)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유성기업 측은 “근로자의 자살은 회사와 무관한 개인적 사유에 의한 것으로 근로자가 노사대립에 따른 우울증과 징계 절차에 대한 부담감으로 자살했다는 취지의 유성지회 주장을 사실과 다르다”며 “회사는 근로자의 무단결근에 따른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출석 요청을 했을 뿐 어떤 징계나 징계절차의 개시를 근로자에게 통보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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