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공포통치 확인한 김정남의 피살, 냉정하게 봐야

2017.02.15 20:46 입력 2017.02.15 20:49 수정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2명의 여자에 의해 독살돼 파장이 일고 있다. 김정남은 13일 오전 9시 마카오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8시부터 줄을 서 있다가 뒤에서 접근한 이들 여성에 의해 독극물을 흡입한 뒤 병원 이송 중 숨졌다. 도주 중인 범인 2명이 베트남 국적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의문은 남아있지만 북한의 소행을 제외하고 달리 추론할 근거는 없다. 국가정보원도 어제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서 이번 암살은 김정은 집권 이후 내려진 ‘스탠딩 오더’(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명령)를 북한 정보당국이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5년 전인 2012년에도 살해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정은 3대 세습을 비판하는 등 껄끄러운 그를 북한 정권이 제거했다는 것이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시각이다.

김정은은 집권 직후부터 고모부인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김용진 내각부총리 등 최고위직에 대한 처형과 숙청을 거듭해왔다. 이제 형제인 김정남까지 외국의 공공장소에서, 그것도 백주에 독극물로 살해함으로써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음을 입증했다. 북한이 현대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세습과 공포정치로 유지되는 비정상 체제이며, 김정은은 반인륜적인 일도 서슴지 않는 지도자임을 또다시 확인한 셈이다. 국제사회의 시선이나 중국과의 관계에 개의치 않으면서 서슴없이 범죄를 자행하는 김정은 정권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북한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는 불투명한 사회다. 최근에는 미국을 겨냥한 핵과 미사일 개발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연일 대북 선제타격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쯤 되면 한국의 시민들도 북한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의무가 있다. 당장 말레이시아가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공식 발표할 때까지 냉정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 정권의 미래에 변화가 있을 것처럼 섣불리 예단해서도 안되지만, 난무하는 억측을 방치해 시민을 불안하게 해서는 더더욱 안된다.

이번 사건은 북한 내부 권력투쟁의 산물이 아니며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을 안보 사안으로 몰고 가려는 여권 일각의 행태는 용납돼선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뒤이어 대선이 눈앞에 닥칠 수 있는 중대한 시국임을 직시해야 한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