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문1답

북한 '공개 압박'한 말레이...경찰청장 "몇년 걸리더라도 수사"

2017.02.22 17:24
쿠알라룸푸르|심진용·이인숙 기자

김정남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이 22일 북한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말레이시아에 체류 중인 북한 국적 용의자 소환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체포하겠다며, 북한 대사관 직원이 연루됐다는 등 외교적으로 민감한 정보까지 공표했다. 경찰은 북한 정부에 평양으로 도주한 4명의 용의자를 넘겨 달라고도 공식 요청했다. 북한의 반발과 ‘비방’에 맞서 연일 강경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 일찌감치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경찰청장이 직접 회견장에 섰다. 칼리드 청장은 에둘러 가지 않고 적극적이고 직선적으로 답했다. 칼리드 청장은 지난 19일 부청장의 기자회견에서 얼굴만 공개했던 용의자 2명의 신원을 공개했다.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의 소속을 밝힌 것은 의미심장하다. 북한이 단순히 연루돼 있는 것이 아니라 당국 차원에서 개입했다고 사실상 지목한 것이기 때문이다. 고려항공은 북한 공군사령부 소속으로 미국, 한국 등의 제재대상에 올라 있다.

칼리드 청장은 이날 오전 이미 북한 대사관에 두 용의자의 소환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말레이시아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면서 북한대사관이 협조하지 않으면 강제 구인에 나설 것임을 명시했다. 체포영장을 발부받겠다고 했다. 나집 라작 총리까지 나서 “말레이시아는 어떤 나라의 장기말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힘을 실어주는 마당이다. 칼리드 청장은 북한의 공동조사 요구도 “이 사건은 우리 관할”이라며 단칼에 잘랐다.

수사당국은 김정남이 피살된 직후 말레이시아를 떠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이 평양으로 간 것으로 “강하게 믿고 있다”며 “북한 정부에 그들을 추적해 넘겨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깊이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붙잡힌 용의자들의 진술 내용, 구체적인 역할 같은 핵심 수사 정보는 함구하면서도 도주한 4명이 사실상 주범인 정황을 자세하게 공개한 셈이다. 소환을 둘러싼 여론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북측에 용의자를 출두시키라고 할 “근거가 있다”며 “그렇지 않았으면 소환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말레이시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이듯 북한 정부와 북한대사관이 대응하지 않을 수 없도록 몰아가고 있다. 현지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오늘 기자회견은 지난 19일 회견과 많이 달랐다. 마지막 말 한 마디만 하지 않았을 뿐 (북한을) 배후로 지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칼리드 청장이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다음은 칼리드 청장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용의자 2명(현광성과 김욱일)은 말레이시아에 있나

“아직 말레이시아에 있다.”

-북한 대사관에 언제 (용의자를 보내라고) 요구했나

“오늘 했다. (용의자들은) 아직 오지 않았다.”

-북한 대사관이 요청에 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강제 수사하나

“체포영장을 발부할 것이다. 우리에겐 조사에 협조하라고 할 근거가 있다.”

-북한 정부에 (평양으로 간 용의자 4명을) 보내라고 요청했나

“오늘 요청했다. 그들은 (이번 사건에) 깊이 연루돼 있다.”

-여성 용의자 2명은 (그들이 사용한) 물질이 독극물인 줄 알았나

“물론이다. 그들은 손을 씻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이 그들의 손에 액체를 부어 주고 두 여성은 맨손으로 사망자의 얼굴에 그걸 묻혔다. 연습도 몇 번 했다. 영화나 장난 같은 게 아니었다. 이 사건이 계획된 것이라고 강력하게 추정하고 있다.”

-북한의 공동조사 요구 받아들이나

“노. 이 사건은 그들의 관할이 아니다. 우리 관할이다.”

-김정남의 가족과 접촉했나

“북한 대사관을 통해서 가족과 접촉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북한대사관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연락할 방법이 있다. 지금 말하지 않겠다.”

-(김정남의) 구강기록 등 의료기록을 북한이 제공했나

“북한은 지금까지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고 아무 것도 제공하지 않았다.”

-김한솔 입국설은

“루머다. 제발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이 되지 말라.”

-가족들에게 시신을 확인하고 인수할 2주의 시간을 2주를 주겠다고 했다.

“더 시간을 줄 것이다. 합리적인 시간을.”

-그 이후는.

“그건 그 때 가서 검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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