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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 2만개로 ‘반대 폭탄’…‘다음’ 댓글, 찬반 조작했다

2017.11.06 06:00 입력 2017.11.06 07:50 수정

박근혜 정권에 비판적인 특정 이용자 글 집중 겨냥

해킹툴 이용 조직적 공격…정보기관 관련 여부 주목

다음 “일시적 시스템 장애”

[단독]아이디 2만개로 ‘반대 폭탄’…‘다음’ 댓글, 찬반 조작했다

박근혜 정권이 탄핵 위기에 몰린 지난해 말 포털 다음에서 추천수와 반대수가 정확히 일치되는 기사 댓글들(사진)이 무더기로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중 일부는 2만개가 넘는 추천을 받아 베스트 댓글(베댓)에 올랐지만 동일한 수의 반대 클릭을 받아 맨 뒤로 밀려난 경우도 있었다. 추천·반대수가 동일한 현상은 주로 정권에 비판적인 특정 댓글에서만 발견됐지만 불특정 다수 댓글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5일 포털 다음에서 활동 중인 3명의 진보성향 댓글러 ‘맹박 189조 세금폭탄’ ‘개들의 전성시대’ ‘catlover8’는 지난해 10~11월 사이 발견한 추천수와 반대수가 동일한 댓글 100여개를 경향신문에 보내왔다. 수백개에서 2만개 이상 추천을 받은 이들 댓글은 추천·반대수가 일자리 단위까지 정확히 일치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이 안타까운 이유’(2016년 9월30일자) 기사에 “유민이 아빠 얼굴과 비교하니 한참 멀었다”고 꼬집은 ‘개들의 전성시대’ 댓글의 경우 추천수 5438개, 반대수도 5438개였다. 고 장준하 박사 장남이 ‘박근령씨는 아버지에 의해 뼛속까지 세뇌됐다’고 비판한 기사(2015년 8월16일)에 달린 ‘맹박 189조 세금폭탄’의 댓글은 추천이 1만632개, 반대도 1만632개였다. 심지어 추천과 반대수가 2만3645개로 동일한 댓글도 있었다.

보안전문업체인 큐브피아 권석철 대표는 “2만명 이상 추천을 받은 ‘베댓’이 동일한 수의 반대를 받아 뒤로 밀려난 것은 댓글부대가 해킹 툴을 이용해 특정 아이디를 공격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누가 진경준 봐줬길래”서 우병우 의혹 시작됐다’(2016년 8월24일) 기사의 경우 총 785개 댓글 중 추천·반대수(1902개)가 동일한 것은 ‘catlover8’ 댓글이 유일했다.

누군가 포털 아이디들을 ‘블랙리스트’처럼 관리하면서 특정 이용자가 댓글을 올릴 때마다 표적 공격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일부 기사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댓글들을 상대로 ‘융단폭격’식으로 반대 공격이 이뤄진 경우도 발견됐다. ‘임우재 “이건희 회장이 결혼하라고 해 감히 거역할 수 없었다”’(2016년 6월15일) 기사의 경우 총 2465개 댓글 중 추천수 100개가 넘는 댓글들은 모두 추천수와 반대수가 동일했다. 이 때문에 수천에서 2만개 넘는 추천들을 받은 상당수 댓글들을 제치고 고작 추천수 76개를 얻은 댓글이 맨 상단에 배치됐다.

댓글조작 세력들이 공격 대상과 방법들을 얼마든지 자유자재로 바꿔가면서 사이버여론을 조작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과연 누가 어떤 목적으로 댓글조작을 시도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검찰 수사를 통해 국정원, 기무사, 군 사이버사령부가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댓글조작을 시도한 사실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세월호 휴대폰을 복구한 모바일랩 이요민 대표는 “2만개가 넘는 댓글 추천·반대수를 일반 이용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작하려면 정기적으로 수만개의 주민등록번호와 아이디들을 생성하고 삭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 능력을 가진 단체나 기관이 어디인지는 짐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문은 일반 이용자들이 아닌 포털사이트 운영자들까지 댓글조작을 눈치채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다. 다음은 인터넷 게시물을 24시간 감시하기 위해 300여명에 달하는 모니터링 요원들을 운영하고 있다. 다음은 “지난 2월 일시적인 시스템 장애로 일부 댓글에서 추천·반대수가 동일 카운팅된 것을 발견했고 장애는 2시간 만에 복구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맹박 189조 세금폭탄’ ‘개들의 전성시대’ ‘catlover8’에 따르면 추천·반대수가 동일한 댓글들이 처음으로 발견된 것은 지난해 10월 말이다.

이들은 “이미 한참 지난 기사에 올린 댓글을 상대로 누가 왜 추천수 조작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다만 한가지 확실한 점은 포털에서 최근까지 광범위하고 일상적으로 댓글조작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우리가 지난해 10월 발견한 현상을 다음이 올해 2월 시스템 장애로 설명한 것은 다음이 무언가 숨기고 싶어 하거나 댓글조작 감지나 차단에 무능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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