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팔리고, 본사는 재고 떠넘기고…일본 맥주 ‘속앓는’ 편의점주들

2019.08.07 21:33 입력 2019.08.07 21:34 수정

애국심 마케팅에 4캔 1만원 할인 품목서 일방적 제외

불매운동에 매출 하락…점주들 “본사도 재고부담을”

<b>일장기 사라진 편의점 할인 맥주 </b>지난 6일 서울시내 한 편의점의 맥주 판매대에 일본산을 제외한 세계 각국의 맥주가 진열돼 있다. 주요 편의점들은 일제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일본산 맥주를 할인판매하지 않고 있다.<br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일장기 사라진 편의점 할인 맥주 지난 6일 서울시내 한 편의점의 맥주 판매대에 일본산을 제외한 세계 각국의 맥주가 진열돼 있다. 주요 편의점들은 일제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일본산 맥주를 할인판매하지 않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경기 고양시에서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하는 ㄱ씨의 창고에는 10종의 일본 맥주 총 100여캔이 재고로 쌓여 있다. 편의점 본사 가맹본부가 일본 제품 불매운동 취지로 일본 맥주를 ‘4캔 1만원’ 할인행사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재고 부담이 커졌다. 비용은 ㄱ씨 몫이다. ㄱ씨는 “본사가 재고를 분담해줬으면 하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어 가슴만 끙끙 앓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확대에 따라 일제 불매운동 열기가 거세지자 편의점업체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에서는 지난 1일부터 일본 맥주를 ‘수입맥주 4캔 1만원’ 할인 품목에서 제외했다. 편의점주들은 본사의 취지에 공감하며 이에 동참했지만, 재고 때문에 ‘속앓이’ 중이다. 이른바 ‘애국 마케팅’을 공식화한 본사가 상생 차원에서 편의점주의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들은 점포당 평균 최소 수십캔의 일본 맥주를 창고에 보관 중이다. ㄱ씨는 “250~270캔이나 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주류는 법률상 세금 문제 등으로 편의점 본사에 반품이 불가능하다.

편의점주들은 본사가 일본 맥주 할인 제외를 결정해놓고 정작 그에 따른 부담은 지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는 “애국 마케팅에 따른 이익은 본사가 취하고 손해는 점주들이 보는 꼴”이라고 말했다. 한 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매출이 저조한 점포는 그만큼 재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할인행사 배제가 사전에 예고됐다면 편의점주들이 일본 맥주 발주를 중단해 재고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편의점 본사들은 점주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매일 발주가 이뤄지는 주류의 특성상 점포들의 일본 맥주 재고 부담이 크다고 보지 않는다”며 “일본 맥주 판매가 완전히 중단되지 않은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불공정행위 혐의를 제기한다. 가맹거래법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사업자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본사의 판매목표 강제나 물량 밀어내기로 보기 어렵고, 본사도 할인행사 배제로 판매가 줄어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법 위반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김남근 변호사(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정책위의장)는 “본사와 편의점들이 공감대 속에서 불매운동을 한다면 재고 부담도 나눠 져야 한다”며 “양자의 상생교섭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