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동화속에 녹아든 수학의 개념

2000.07.27 11:23

하루에 약 20권의 책을 받아보는 출판담당기자는 ‘우리 아이 머리를 좋게 하는 수학동화’(삼성출판사)라는 책을 제목만 보고는 책상 한편으로 치워버렸다. ‘독자대상인 2~5살 아기를 마음껏 놀게 해야지 벌써부터 수학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뒤틀린 심사 때문이었다. 그리곤 이 책을 집으로 가져갔다.

한데 식구들 반응은 자못 뜨거웠다. 아기와 초등학교 교사인 엄마와 할머니가 매우 좋아했다. 숫자세기·순서짓기·일대일 대응·분류·패턴·측정·도형·비교·시간 등 수학의 딱딱한 기초개념이 15편의 재미있는 그림동화 속에 흔적없이 스며 있다는 평이었다. 글 최은규, 그림 김운주·연제혜·오성봉·최영화.

예컨대 ‘비교’ 개념에서 ‘길다/짧다’의 대비는 엄마 원숭이와 5남매 아기 원숭이의 팔 길이로써 설명된다. 엄마 원숭이의 팔은 아주 길어서 높이 매달린 바나나도 잘 딴다. 멀리 있는 나무줄기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아기 원숭이의 팔은 짧다.

아기 원숭이는 엄마 팔이 긴 이유에 대해 고민한다. 정답은 “우리 모두를 안아주기 위해서”란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테다. 엄마 손가락이 긴 이유는 아기가 떼를 쓰면 머리에 뿔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응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야기 자체가 교훈과 지식을 강요하지 않을 뿐더러 시원하고 큼직한 그림들은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일대일 대응’ 개념은 뒤섞인 오리알과 달걀이 부화하면서 어미 오리와 닭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으로 설명한다. ‘패턴’은 사냥꾼이 하얀 눈 위의 곰 발자국을 따라가는 이야기로 알게 해준다. 곰 발자국이 끊긴 곳부터 자전거 바퀴자국이 이어지더니 다시 버스 바퀴자국으로 변한다.

이 책은 교육과 재미가 서로 스며 있어서 어느쪽을 선호하는 부모이든 2~5살 유아에게 보여줄 만하다. 책제목처럼 아이의 머리를 좋게 해준다면 ‘망외의 소득’이겠고, 감성 계발에 도움이 될 만한 글·그림이 풍성하다.

/김중식기자 uy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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