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어린이집 조선생님의 따뜻한 한마디

2000.07.27 17:36

도덕산 자락 그윽한 아카시아 꽃향기가 사라지고 농익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어제는 서울의 온도가 33도나 되는 찜통더위였는데 조선생님은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오늘 아침 동네 어귀에서 이웃에 사는 낯익은 모자를 만났습니다. “아침 일찍 어디를 가세요” 했더니 “꿈나무 어린이집에 등원하러 가는 길”이라고 하더군요. 혹시나 “6동에 있는 시립 어린이집이냐”고 다시 여쭈었더니 조선생님 얘기를 꺼내며 칭찬이 가득했습니다. 아이들을 몹시 사랑하고 잘 보살펴준다며 그곳에 맡긴 것을 기뻐하는 눈치였습니다.

조선생님은 어디에서 듣더라도 인간미 가득한 사람, 교사 자질이 풍부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으니 본인의 노력이 얼마나 고될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나이 사십이 다 되어 ‘보육교사’ 자격증을 들고 처음 어린이집에 취업 의뢰를 하러 갔을 때 원장님과 여교사들은 외계인 바라보듯 망설이고 의심하며 제 실력을 평가절하했지요. 가까스로 교사로 채용되어 다른 선생님들보다 2배 이상 노력하며 인정받기 시작할 즈음 갑자기 찾아온 손관절의 통증. 종이접기는커녕 집은 물건도 놓쳐 떨어뜨리기 일쑤이고 교실문을 밀 수도 닫을 수도 없을 만큼 열손가락 모두 붓고 저리는 등 증세가 더 심해졌지요. 며칠 통원 치료를 받아보았으나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고 입원을 요구하는 의사 처방에 지속적인 치료를 위해 어린이집을 그만두게 되었지요. 모처럼 얻은 직업을 포기해야 하는 제 심정이 몹시 우울했지만 스무살의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럽고 쾌활한 조선생님의 한마디는 다른 교사들의 동정어린 시선보다 몇배 더 가깝게 내게 다가왔지요.

“고선생님, 치료 잘 받으시고 어서 돌아오세요. 달님반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잖아요” 하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모습이 정말 예뻐보였습니다. 조선생님의 따뜻한 배려 정말 고마웠어요. 결혼하실 때 꼭 알려주세요. 조선생과 꼭 어울리는 카라꽃 한아름 안고 뛰어갈게요.

/고신옥·경기 광명시 광명6동/

※‘작은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중한 이야기로 꾸며집니다. 나와 이웃들의 가슴 속 이야기,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훈훈한 글과 편지들을 보내주십시오. 남모르게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람들의 사연도 기다립니다.

가족과 이웃, 스승 등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에 대한 편지(원고지 5~6장)도 골라 싣습니다. 원고가 채택되면 ‘63분수플라자(02-789-5731) 뷔페식사권’ ‘63빌딩 종합이용권’ 각 2장씩 보내드립니다.

■보내실 곳

서울 중구 정동 22번지 경향신문사 매거진X ‘작은 이야기’ 담당자 앞. FAX (02)736-7004, e메일 M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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