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향기나는 호젓한 홍천강 노일마을

2000.08.0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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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홍천군 북방면 노일마을. 지도상엔 마을을 에돌아 흐르는 강줄기가 300도 이상 휘어져 수태극(水太極)의 형상을 하고 있다. 서석면 생곡리에서 발원해 국도변을 따라 흐르던 홍천강이 첩첩 산비탈 틈새로 물줄기를 숨긴 상류. 청평으로 이어지는 400리 홍천강 줄기 중에서도 가장 외진 강마을이다.

#강

들머리는 먼지가 풀풀 날리는 흙길이었다. 산자락을 휘감고 흘러든 강줄기는 다시 휘어져 산 너머로 꼬리를 감췄다. 강굽이엔 급류의 여울이 있을 법도 한데 물은 호수처럼 잔잔하다. 산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강촌의 새벽. 먹이를 찾아 백로와 왜가리만 들락거린다.

“사람들이 찾아온 것이 한 3~4년밖에 안됐어요. 길도 험한데 누가 올라고 그러갔어요. 하류에서 놀다가 상류 쪽이 궁금해서 들른 사람들이 하나 둘 단골이 돼서 오는 것뿐이지요”

피서 절정기인 7월 마지막주. 강변엔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자동차 10여대와 수련회 온 교회 학생들뿐. 강변은 한여름에도 번잡하지 않아 운치가 있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10여m나 되는 벼랑에 90도쯤 휘어진 노송이 위태롭게 뻗어 있다. 강줄기를 따라 고무 보트를 저어가는 젊은이들도 눈에 띈다.

수심도 그리 깊지 않다. 한참을 걸어가도 허리춤밖에 차지 않는다. 상류쪽 여울도 물살은 급하지만 깊이는 무릎 정도. 아이들과 물놀이 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지난번 비에 뒤집어져서인지 물이 맑지는 않다. 그래도 모래무지며 쏘가리, 피라미 등이 잘 올라온다고 한다. 견지낚시를 하는 태공의 모습도 한가롭다. 아예 강 한가운데 파라솔을 펴고 앉아 더위를 식히기도 한다. 밤에는 손전등을 들고 고둥을 잡는 사람도 많다. 몇 시간이면 한 자루를 금세 채울 수 있다고 한다.

강기슭은 대부분 굵직한 자갈밭. 불과 4~5년 전만 해도 은모래가 가득했다. 예전엔 비만 오면 강기슭에 어김없이 모래언덕이 생겼다. 지금도 흔하진 않지만 큰 물이 진 뒤에 가끔씩 모래가 쌓이곤 한단다. 마을은 강변을 따라 길게 퍼져 있다. 60여 가구 120여명. 마을엔 번듯한 가게 하나 없다. 민박집마다 과자와 생필품 정도를 비치해두고 손님이 찾으면 내놓는다.

마을 끄트머리에는 노일분교가 있다. 선생님 2명에 학생 9명인 미니학교. 학교 뒤에 우뚝 솟은 금학산(655m)에 오르면 수태극을 이룬 홍천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50분쯤 오르면 전망대 격인 바위가 나온다.

#오지

“전기가 들어온 것도 1980년대 중반쯤입니다. 30년 전만 해도 길이 없었어요. 비포장이나마 산을 깎아서 길을 만든 것이 25년쯤 됐습니다. 예전엔 옹기장수가 산을 넘어오다 바위에 항아리가 끼여 오도가도 못하고 울었다고 합니다”

오흥운 이장(43)은 나룻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며 옛날 이야기를 들려준다. 노일마을은 요즘에도 보기 드문 오지. 높진 않지만 500~600m의 산과 재가 겹겹이 강줄기를 에워싸고 있다. 300년 전 화전민들이 처음 들어와 일군 화전민촌. 한때는 홍천강을 따라 청평을 거쳐 한강으로 나무를 싣고 가는 떼꾼들이 쉬어가기도 했다. 작부들이 구성지게 아리랑 한 곡조를 뽑았겠지만 지금은 주막거리의 흔적도 없다. 가끔 양철지붕에 싸리담장을 한 옛날집도 보이지만 대부분 새로 집을 지었다. 겉모습은 오지 같지 않게 말끔하다. 20여년 전만 해도 이엉이나 억새, 띠를 이은 초가나 띠집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지도상에는 굴지리와 남노일로 비포장길이 이어져 있다. 물이 빠진 가을철이나 겨울엔 지프로 건널 수 있지만 지금은 물이 불어 어렵다. 사실 남노일은 예전에 한 마을이나 다름없었다. 노일 사람들은 거룻배를 타고 남노일의 용수를 거쳐 양덕원장에 나가 봉양(땅에 묻힌 소나무 송진), 흐르내기(참나무 버섯), 굴피(참나무 껍질) 등을 팔아 생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가을이 되면 노일리와 남노일 사이에 섶다리를 놓았다. 강폭은 20~30m. 요즘도 11월이면 ‘Y’자 모양의 나무를 거꾸로 박아 섶다리를 놓고, 장마때 거둬들이거나 강물에 떠내려 보낸다. 그러나 노일과 달리 남노일은 이제 오지가 아니다. 양덕원에서 남노일까지 대부분 도로가 포장되면서 이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뱃길이 끊긴 요즘 노일 마을에서 남노일까지 가려면 홍천읍을 거쳐야 한다. 족히 40~50분이나 걸린다.

“그래도 세월 많이 좋아진 겁니다. 예전엔 이장을 하면 빚을 많이 졌어유. 홍천까지 나가 군청에서 일을 보려면 하룻밤을 묵어야 했거든요”

지금도 강줄기에 수달이 노는 홍천강 노일마을. 겨울에는 메(나무망치)로 얼음장을 내리쳐 물고기를 기절시켜 잡는다는 강마을. 산과 물이 어깨를 겯고 휘돌아 흐르는 강촌에는 오지의 향기가 물씬하다.

▲여행길잡이

노일마을로 가려면 홍천을 거치는 것이 가장 가깝다. 팔당대교를 건너 양수대교를 ####惻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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