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저성장-고물가’ 우려된다

2001.04.01 19:15

경제지표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원·달러 환율이 한달새 80원 정도 치솟고 소비자물가가 위험수준으로 뛰어오르더니 3월 중 수출이 23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이 기간 중 수입도 크게 줄어 무역수지는 흑자기조를 유지했다고 하나 수입 급감 역시 설비투자 둔화 등 국내산업 전반의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음을 반영할 뿐이다.

지난해 실물경기 침체 속에 제2의 IMF 위기설이 나돌 당시 물가·환율·수출입 등 이른바 ‘펀더멘털’의 견고한 안정세가 그나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이같은 경제지표 동향은 나라 경제를 자칫 나락으로 빠뜨릴 수 있는 위기징후로 볼 수 있다. 이러다가 우리 경제가 ‘저성장-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의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정부로서는 경제정책 운용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그러나 경기부양을 하려니 물가가 부담되고 물가안정을 꾀하려니 경기회복이 더뎌지는 상황이어서 정책대응 수단의 선택폭은 그만큼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물가불안을 부추기는 환율급등과 수출부진이 미국·일본의 경기침체 등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외부적 요인과 맞물려 있고 보니 적절한 대응수단을 강구하기가 쉽지 않은 정부의 입장도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뒷짐을 진 채 사태를 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안이한 낙관론 역시 금물이다. 범정부적으로 지혜를 짜내 만반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성장과 물가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이를 포기하기 않고 솔로몬의 지혜를 찾으려는 정책의지가 중요하다. 환율급등으로 인한 물가불안 요인을 최소화하고 공공요금 인상요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등 물가안정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한편 수출활로를 뚫기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적기에 대응치 못하거나 미온적으로 대처하다간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된다. 경기침체와 인플레가 맞물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징후는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막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오는 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의 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경기부양과 물가관리라는 두가지 목표 중 어느 곳에 중점을 둘지 정부의 정책의지를 엿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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