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파일]조연 대학교수 주연연기 압도

2001.11.01 16:50

배우 아닌 배우. 이에 해당되는 국내 인물로는 민족사진작가협회 김영수 회장(55)을 으뜸으로 손꼽을 만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인 그는 ‘와이키키 브라더스’(감독 임순례)에서 비중있는 조연으로 주연을 압도하는 연기를 펼쳐보였다.

그의 영화출연은 ‘세친구’(임순례)에 이어 ‘와이키키…’가 두번째이다. 임감독은 국내배우 가운데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그의 독특한 캐릭터를 높이 사 ‘세친구’와 ‘와이키키…’에 기용했다. 단신에다 왜소하고 특히 세월의 풍상을 다 겪은 듯한 이미지의 그는 두 영화에서 술에 절어 지내는 장년 남자의 면면을 실감나게 펼쳐보였다.

‘세친구’에서 그의 배역은 미용사를 꿈꾸는 ‘섬세’의 아버지이고 ‘와이키키…’에서는 고교생 ‘성우’에게 기타를 가르쳐 주었던 떠돌이 악사 ‘우병주’ 선생이다. 현재 수안보에서 1인 밴드로 활동중인 실존인물을 모델로 했다. 우선생의 아내가 “어디에서 내 남편과 꼭 닮은 배우를 데려왔느냐”고 놀랄 정도로 두 사람은 이미지가 비슷하다.

임감독이 김회장을 만난 것은 1995년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박광수) 촬영장에서다. ‘세친구’와 관련해 전태일로 출연중인 홍경인을 관찰하기 위해 ‘아름다운…’ 촬영장을 찾은 임감독은 김회장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아름다운…’의 스틸을 맡고 있던 그는 당시 촬영장 구석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임감독은 훗날 김회장에게 수차례 출연을 부탁, 취중상태인 그로부터 허락을 받아냈다.

‘와이키키…’ 경우는 ‘세친구’와 다르다. 임감독은 김회장을 기용하려 했지만 제작사에서 반대했다. 김회장만한 배우를 찾는데 실패한 임감독은 제작사의 동의를 받아냈고 김회장은 ‘세친구’ 때와 달리 임감독의 제안에 선뜻 응했다. 그 후 악기연주도 열심히 배우고 많은 분량의 대사도 미리 다 외웠으며 촬영장에서는 군기반장 역할도 해주었다. 물이 아닌 진짜 술을 마시면서 촬영에 응한 그는 NG가 거듭될 때에는 실제로 술에 취해 연기하기도 했다.

김회장은 요즘 ‘먼 바다’ ‘내가 살던 고향은’이라는 두 권의 사진집 출간을 앞두고 있다.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과 ‘오! 수정’의 스틸도 맡았던 그는 작품성 있는 영화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배역이라면 계속 출연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배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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