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송두리째 바꾼‘아름다운 수학’

2002.03.01 16:38

고교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수학은 암기과목이다. 대입시험이 끝나면 수학에 대한 모든 기억은 지워진다. 한술 보태 수학을 증오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다 훗날 인문서 몇권 읽으면서 수학의 아름다움에 대해 ‘막연한 깨달음’을 얻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 골치아픈 미·적분의 방정식이 기실 데카르트·라이프니츠 등 천재들이 수학언어로 우주를 명징하게 이해하려는 열정의 소산이었음을 눈치채는 순간 수학을 헛배웠다는 분노가 치밀기 일쑤다.

영국 미들섹스대 연구원인 만키에비츠가 지난해 펴낸 대중용 수학사(史) 책인 ‘The Story of Mathematics’가 ‘문명과 수학’(이상원 옮김)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말(言)과 사진으로 수학의 역사와 개념을 풀어내고 있으므로 숫자·공식으로 뒤범벅된 수학책을 미워하는 독자들이 독파해볼 만하다. 수학이 각 시대·문명과 자웅동체였음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보인다. “수학은 인류역사라는 양탄자에서 제일 길고 화려한 실오라기이며 인류의 성장과 가장 밀접하게 엮어져 있다”는 것이다.

실로 코페르니쿠스·케플러·갈릴레오·뉴턴 등은 수학언어로 우주와 삶을 이해하려 한 철학자들이 아닐 것인가. 진정 중세를 끝장내고 근대를 개막한 주인공은 ‘숫자놀음’으로 우주 차원의 고민을 감행한 그들이었다. 17세기 이후 항해사는 삼각함수표와 로그표로 무장했고 확률·통계·조합·순열 등은 도박꾼의 필요에 의해서라도 발전해야만 했다. 과연 수학이 역사와 삶의 중심적 존재임을 증명하는 사례들과 수학이 우리의 세계관을 뒤바꾼 경이로운 사건들을 보여준다.

순수수학의 ‘기하학적 아름다움’만큼이나 천문학·암호·군사전략·근대예술·항해술 등 응용수학과 관련된 이야기들도 재미있다. 예컨대 서양 근대의 여명기, 그때 수학은 현재 한국의 영어만큼 중요했다. 살아남으려면 수학을 공부해야 했다. 1600년 영국 수학자 토머스 힐즈는 ‘초보 산술’이라는 책에서 “셈하는 기술이 없는 사람은 짐승이나 다름없다”면서 “(어떤 직업을 갖든) 이 책을 뮤즈(시의 신)로 삼아야 마땅하다”고 ‘협박’했다. 수학자도 과학자도 아닌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이 수학을 ‘부강한 국가의 건설을 위한 엔진’으로 보았던 시절이다. 이 책은 우리의 수학 교과서에도 수학 자체의 아름다움을 철학의 측면에서 설명하거나 아니면 수학이 얼마나 살갗과 가까운 학문인지를 알려주는 내용이 포함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만든다.

/김중식기자 uy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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