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인사청문회 ‘하나마나’

2002.03.01 18:53

이런 인사청문회를 무엇 때문에 하는 것일까. 최근 열린 국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 2인 인사청문회는 이같은 의문이 절로 들게 한다. 제277회 임시국회는 28일의 폐회에 앞서 하루 전날 민주당이 추천한 김영신 후보와 한나라당이 추천한 김헌무 후보에 대해 청문회를 개최했다. 2년 전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된 뒤 선관위원 청문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여야가 서로 봐주기 위해 형식적 통과의례를 치렀을 뿐이다.

청문회에 소요된 시간부터 너무 짧았다. 규정상 청문회는 후보 1인당 2일 동안 할 수 있게 돼 있지만 두 사람 모두에게 걸린 청문시간이 불과 4시간이었다. 여야는 이 청문회 다음날 국회 본회의에서 청문회 기간을 후보 1인당 3일로 늘리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러한 청문회의 실상을 감안하면 부질없는 것이다. 자연히 청문회 내용도 겉핥기식이었다. 여야 의원들은 이미 알려진 약력이나 재산상황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특히 김헌무 후보는 중앙선관위원의 엄중한 책무를 수행하기에 전력과 도덕성, 역사의식이 과연 적합한지 의심되는 점이 많았지만 무사통과였던 것이다.

그의 재산문제는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 많았다. 본인의 등록재산이 1백27억원에 현금만 57억원이며 30대 초반의 장·차남이 보유한 현금이 각각 4억·3억원이다. 김후보는 아들들의 보유현금에 대해 “세뱃돈을 모은 것”이라고 했다가 “세뱃돈에 결혼축의금을 더한 것”이라고 군색하게 수정했다. 또 1980년 국보위의 사회정화위원회에 참여한 데 대해 “그때는 혁명적 상황”이라고 상황논리를 전개하면서 사회정화위에서 6만명이나 삼청교육대에 보낸 사실도 당연시하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두 후보 모두 중앙선관위원에 임명됐지만 선관위원 인사청문회의 첫 선례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여야의 추천몫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달라지기 어려울 전망이고 보면 근본적인 개선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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