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가미’의 과학적 응용…난제푸는 ‘무궁한 샘’

2002.04.01 16:11

몇년 전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하이드와 딕시트라는 두 물리학자가 태양계 밖의 별들까지 관찰할 수 있는 거대한 망원경을 개발했다. 정작 망원경을 제작하고 나자 이 거대한 기구를 어떻게 우주까지 운반할 것인지가 큰 문제가 됐다.

먼 거리의 별들을 관찰하기 위해 만들어진 망원경은 그 직경이 350m가 넘었는데 이를 우주에 올려놓을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들은 종이를 접는 공예, 즉 오리가미(일본의 정교한 종이공예를 이르는 말)에서 영감을 받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어릴 때 누구나 조각배, 학, 개구리를 종이로 접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놀이문화나 기발한 손재주쯤으로 생각되는 종이접기가 이처럼 분자의 구조를 연구하는 미생물학이나 항공기, 우주선 설계 등 복잡한 문제를 푸는데 큰 실마리를 제공했으니 새삼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하이드와 딕시트가 초대형 망원경을 우주로 운반하기 위해 응용한 기술은 로버트 랭의 작품이었다. 랭은 어릴 때부터 오리가미를 해왔는데, ‘트리메이커’(TreeMaker)라는 소프트웨어를 제작해 실제 종이가 아닌 컴퓨터상에서 오리가미를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미 항공우주국은 접을 수 있는 경첩을 이용, 72개의 조각으로 만들어진 대형 망원경을 종이 접듯 접어서 우주로 운반할 수 있었다.

오리가미가 과학자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이유는 종이를 접을 때 잘라서는 안되고 테이프를 붙여서도 안되며 여러 장의 종이를 사용해서도 안된다는 오리가미의 전통적인 규칙이 과학적 문제 해결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리가미 클럽은 종이 한장만으로 공룡, 펭귄, 꽃과 나비, 현미경, 산호 등 복잡한 물체를 정교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랭은 자동차의 에어백 설계 문제도 오리가미를 응용해 해결해냈다. 에어백은 접혀져 있다가 충돌 사고가 났을 때 최대한 빨리 펼쳐져야 한다.

또 펼쳐지면서 승객의 몸에 상처를 내서는 안된다는 규칙이 있는데 종이접기의 규칙과 같은 것이다.

미생물학자들은 단백질의 구조가 종이접기에서처럼 접혀져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세포 안에 있는 복잡한 생화학적 구조들은 대부분 이어져 있는데 종이접기의 원리를 이용하면 이들의 비밀을 풀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학계에는 ‘오리가미 수학’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 금속 재료에서부터 세포막, 곤충의 날개까지 접히는 종이와 유사한 행태를 갖는 자연계의 대상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렇게 상황이 발전되자 지난 2월에는 미 보스턴에서 종이접기 공예가와 과학자들이 회의를 갖고 오리가미의 과학적 응용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 MIT에는 활발하게 활동중인 오리가미 클럽이 있고, 첨단 기술의 탄생지인 실리콘 밸리의 팔로알토 연구센터는 오리가미 전시회를 후원하고 있다.

서울교대 백석윤 교수(수학교육과)는 “종이접기공예는 아이들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발전시키며 문제해결능력을 높인다”며 “접는 방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가르쳐주는 것 보다는 몇개의 단계는 스스로 알아보도록 시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은정기자 e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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