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낸 ‘春’브라더쓰…‘엽기’인기

2002.04.07 20:37

앨범 낸 ‘春’브라더쓰…‘엽기’인기

#춘식의 고백-놀다가 탄생한 춘부라더쓰

솔직히 춘삼(본명 김준호)이랑은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이지만 별로 친하지 않았어요. 작년 5월에 동네(서울 강동구 길동)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뭐하냐고 물었더니 ‘장미원’이라는 중국집에서 자장면 배달한다더군요. 저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자장면, 피자 닥치는 대로 배달했거든요. 같은 ‘배달민족’이라는 동질감에 다시 우정을 확인했죠. 저는 당시에 컴퓨터 웹디자이너 학원비 버느라 ‘놀부네’란 식당에서 한복 입고 상 나르고 있었어요. 모범사원으로 칭찬받으면서요.

앨범 낸 ‘春’브라더쓰…‘엽기’인기

원래 제 본명은 최창국이지만 ‘춘식’이라는 촌스러운 이름이 너무 정겨워 e메일 아이디로 쓰고 있어요. 그래서 준호에게 “넌, 춘삼이 해라. 성도 붙여 맹춘삼! 우리는 춘부라더쓰다”라고 선언한 후 인터넷 카페에 우리 동영상을 올렸어요.

무더운 한여름에 선풍기도 없는 옥탑방에서 놀자니 윗옷을 다 벗을 수밖에요. ‘깜찍한 반바지 차림’으로 춤추고 머리 돌리고 눈동자 돌리고 등등 몸과 컴퓨터로 각종 묘기를 다 보여 인터넷에 띄웠는데 반응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상의를 벗었다고 엽기적이다, 누드다, 뭐 말도 많았지만 다들 너무너무 웃긴다, 잘 논다고 격려가 많았어요. 논다고 칭찬받은 거 처음이었어요.

#춘삼의 제안-보람있게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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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카페에 띄운 동영상은 우리끼리 웃자고 만든 것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걸 보고 많이 즐거워하고 동참해준다는 것에 깜짝 놀랐어요. 우리에게 많은 관심을 보여주는 이들이 ‘다음에는 이런 포즈를 취해 봐라’ 하고 주문도 하고요. 또 정치나 외교 등 시사문제에 관한 상식도 많이 늘었어요. 솔직히 저는 F15기가 뭔지, 대통령선거가 언제인지도 몰랐거든요. 그런데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띄운 이들은 상식도 풍부하고 애국자가 많더군요. 덕분에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어요. 또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는 동영상을 만들까, 어떤 웃기는 표정과 동작을 보여줄까 함께 궁리하면서 내 몸 안다치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얼마전 뉴스를 보니 우리 청소년들 흡연율이 세계 최고라더군요. 저도 중학교 때부터 담배 피웠고 고등학교 때는 오토바이 타고 다니며 사고도 냈거든요. 괜히 어른이 되고 싶고 뭔가 신기한 일이 없나 싶어서 담배건 술이건 호기심을 갖게 되는데 이럴 때 어른들이 따끔하게 야단치고 선도해주면 좋겠어요. 사실 때려야 정신차리죠. 또 공부 못한다고 구박하기보다 학교에 다양한 서클활동을 활성화해서 자기계발을 할 기회가 주어지면 우리 청소년문제가 많이 해결될 것 같아요. 솔직히 저는 제가 별로 희망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남들에게 기쁨도 주고 좋은 일도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춘부라더쓰의 다짐-착하게 살겠다

앨범 낸 ‘春’브라더쓰…‘엽기’인기

지난 2월부터 정해진 장소와 시간 없이 매주 월·수·금요일에 전국을 돌아다니며 길거리 콘서트를 해요. 월드컵에 대한 국민 관심을 고조시켜 대한민국 사람의 자존심을 살려보려는 거죠. 처음에는 아주 반응이 썰렁했는데 갈수록 호응이 커져 힘이 나요.

길거리 공연 중에는 시민들에게 우리 앨범을 나눠주고 성금을 모아 고아원에 축구공을 보내주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어요. 23일에는 장애인학교에 가서 정신지체 아동들과 함께 콘서트도 하고 축구공도 나눠 줄 거예요. 전에는 늘 받기만 했는데 우리가 이렇게 나눠줄 게 있다는 것이 너무 기뻐요. 그래서 노래 연습도 더 많이 하고 춤도 개발하고 있어요. 엽기적인 것은 일시적이니 진짜 실력을 갖춰야죠.

유명해지면 ‘가족오락관’같은 텔레비전 프로에도 출연하고 우리를 한심하게 생각하며 걱정하셨던 부모님께도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어요. 아, 이렇게 자꾸 착해지면 인생이 재미없어지는 것 아닐까요.

-‘그들’의 탄생뒤엔 ‘뮤지션 루이스’-

‘춘부라더쓰’ 탄생의 숨은 주역은 뮤지션 루이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앨범 제작과 음악회를 열어 화제를 모았던 바로 그 루이스다. 그는 지난해 10월, 우연히 인터넷에서 춘부라더쓰의 엽기 동영상을 보았다. 춘식이와 춘삼이가 ‘중화반점’이라는 노래를 동영상으로 만든 것이었는데 코믹 뮤직비디오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반가왔던 것은 이 ‘중화반점’이 루이스가 2000년에 발표했던 노래라는 것.

“내 노래를 이해하고 잘 놀아준 아이들의 얼굴이라도 보자며 격려차 만났죠”

놀고만 있던 춘부라더쓰는 “밥 사준다”는 말에 감격해 얼떨결에 나왔고. 의기투합한 이들은 루이스가 기획하던 월드컵 관련 음반작업을 함께 하기로 하고 지난 3월 드디어 ‘춘부라더쓰 월드컵숑’이란 음반을 제작했다.

촌스런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길거리 콘서트를 기획했다. 매주 전국 곳곳을 월드컵 응원가를 부르며 누비고 있다. 이달 말에 새로 발매되는 앨범에는 춘부라더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동영상도 함께 수록했다.

/유인경 al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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