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섭씨 ‘한국인의 원형적 얼굴’조각전 外

2002.07.01 15:58

-마당서 캐낸 한국인의 얼굴-

경기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고달사지 위편의 한 시골 농가. 조각가 이영섭씨(39)가 고달사지 발굴과정을 지켜보며 조각사상 전무후무한 ‘매장과 출토’의 조각을 만들어내는 창작의 산실이다. 박수근 그림을 연상시키는 그의 화강암 질감의 인물상들은 모두 이 집 마당에서 캐내어진다.

그의 작업은 발굴보다는 차라리 발명에 가깝다. 간단히 말하면 어린 시절 콘크리트를 부어 역기를 찍어내던 그런 식이다. 우선 마사로 이뤄진 마당을 움푹 파고 쇠붙이로 원하는 형상을 드로잉한다. 여기에 시멘트와 개울 모래를 배합해 부었다가 며칠후 파내면 표면에 묻은 마사토로 인해 돌 같은 질감을 낸다. 3평 남짓한 마당 웅덩이의 깊이는 대략 1m. 한 번에 20㎝ 가량을 혼자 파내야 하니 그의 작업량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된다. 작가가 지난 1년간 파낸 작품들을 모아 3~13일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한국인의 원형적 얼굴’을 부제로 한 전시에는 동자상이나 가족상, 반가사유상 등 단아하고 어눌한 맛의 인물상들이 나온다. 노트북 컴퓨터 형상의 작품도 있다. 그의 조각은 현대적인 재료를 썼어도 결코 낯설지 않다.

미술평론가 고충환씨는 “이씨의 작품에는 신라 토우에 반영된 해학미, 백제인의 불상에 나타난 고졸한 미소, 조선 백자와 분청에 나타난 구수한 맛과 무기교의 기교에서 볼 수 있는 한국인의 원형적인 미의식이 용해되어 있다”고 말했다. (02)549-7574

-세태 꼬집은 ‘해학의 살집’-

▲‘풍만한 인체상’의 조각가 장대일展

‘풍만한 인체상’의 조각가 장대일씨(41)가 4~13일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3번째 작품전을 갖는다. 서울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장씨는 불교 소재의 작업을 해오다 3년전부터 해학적이고 과장된 표현의 인체조각에 매달려온 중견작가다. 물질적 풍요를 우선시하는 세태를 은유적으로 꼬집어 왔다.

찐빵처럼 부풀어오른 인체 작품은 콜롬비아가 배출한 세계적인 조각가 페르난도 보테로(70)를 연상시킨다. 군인과 부르주아층에 날린 보테로의 통렬한 조소까지는 아닐지라도 장씨 역시 시대상황을 반영한다. 그러나 부정적인 이념문제에선 다리를 슬며시 빼고 있다.

무엇보다 인체 자체의 조형미와 리듬감에 주안점을 둔 외형상의 차이가 크다. 같은 뚱보라도 살집에 관절·허리 부분의 긴장감을 주고 있다.

“모든 게 넘쳐나는 세상, 조금은 바뀌어야 해요. 하지만 몸이 병들었다고 버릴 순 없잖습니까”

작가는 주름잡힌 살집들을 통해 세상을 우스꽝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애정어린 눈길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래서 뚱뚱함에 추함이나 수치심, 적개심과 분노같은 것은 묻어 있지 않다. 오히려 풍만함의 미학을 시대상황의 반영으로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그래서 전시제목도 ‘해학적인 인체’라 붙였다. 작가는 “관람객들에게 흥미와 위안을 줄 수 있다면 그것도 새로운 창작일 것”이라고 말했다. 갤러리 안팎에 근작 25점이 전시된다. (02)544-8481

/이용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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