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워보니]‘고구마’잘먹고‘고’자 몰라?

2002.10.01 16:30

‘빨리 본전을 뽑아야 할텐데…’

승민이는 지난 5월부터 처음으로 ‘사교육’을 시작했다. 교사가 방문해 1주일에 두 차례 15분씩 가르치는 학습지 프로그램이다. “우리 친구들은 ‘스스로…’를 배운다더라!” 아이가 친구들의 배우기에 샘을 내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것은 친지의 권유에서였다. 그때까지만해도 아이의 읽기와 쓰기에는 비교적 느긋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조기교육의 치맛바람에 휘둘리지 않으리라, 오래전부터 다짐해왔던 터이다.

한번은 회사 선배에게 “만 4세가 넘었지만 따로 배우는 게 전혀 없다”고 하자, 그 선배는 “진짜야, 설마 아니겠지?” 하면서 믿으려들지 않았다. 우리집이 비정상적인가 싶어 잠깐 갈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일밤 동화책 듣기를 즐기는 승민이는 책 제목을 읽거나(눈으로 외운 것이지 실제 글자를 아는 것은 아니다), 문장 중 내가 잘못 읽은 토씨까지도 척척 지적해 은근한 믿음을 갖게 했다.

그런데 어젯밤은 아이와 낱말 맞추기를 하면서 몇 번이나 화가 치밀었다. ‘축하해’ ‘고마워’ 카드를 자꾸만 헷갈려하며 엄마 몰래 글자카드를 뒤집어 그림을 보고 맞추는 게 아닌가. “고마워는 ‘고구마’ 할 때 ‘고’자랑 똑같잖아, 잘봐! 먹기는 잘하면서 왜 글자는 몰라”. 옆에서 구경하던 남편은 “난 초등학교 들어갈 때 겨우 내 이름 배웠는 데”하면서 속에 불을 지폈다.

승민이는 글자 맞추기를 몇번 틀리더니 싫증을 내고 블록쌓기를 하자고 도망쳤다. TV 광고의 꼬마는 신문을 보면서 ‘청와대가 어디냐’고 묻는 판인데, 넌 고마워도 모르냐! 속으로 매달 학습지에 들어가는 3만2천원을 떠올렸다. 소신교육 운운하며 잘난 체 하던 게 얼마전인데 학습지를 시작했다고 금방이라도 읽고·쓰기하기를 바라다니. 아이가 쓸줄 아는 글자는 자기이름과 ‘똥’ ‘대변박사’ ‘이모’ ‘자동차’ ‘어린왕자’ 정도. 이것만이라도 고마워하며 차근차근 늘려나가는데 도와야겠다.

/김희연기자 egghee@kyunghyang.com/

◇재미있는 쓰기공부는 이렇게!

아이는 쓰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글을 쓰려면 먼저 손가락 등 소근육이 발달해야 하는데 그림 그리기, 점토놀이, 블록놀이를 통한 소근육 발달이 우선이다. 글쓰기를 시작할 때는 아이의 이름,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 등 자녀가 원하는 글자를 써보도록 격려한다. 잡지나 카탈로그 등에서 아는 글자를 찾아 먼저 읽어보게 하고 일상 생활용품에 명칭카드를 써서 붙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이가 틀린 글자를 쓸 때는 면박을 주기보다 격려한다. 아이가 글자쓰기에 흥미를 보일 때 필기도구를 아이 주변에 놓아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교육인적자원부 발간 ‘유능하고 행복한 자녀로 키우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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