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력은 자원지대를 향한다’

2002.11.01 17:07

세계는 한동안 동쪽과 서쪽, 둘로 편을 갈라 치열한 냉전을 벌였다. 평화에 대한 인류의 열망에도 불구, 냉전이 끝난 지금도 세계 곳곳은 분쟁으로 몸살을 앓는다. 세계의 석학들은 이런 국제정세를 통찰, 세계문제를 이해하는 틀들을 제시했다. 새뮤얼 헌팅턴은 다양한 국제분쟁을 문명간의 충돌로 봐 논쟁을 일으켰다. 프리드먼은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큰 특징의 하나로 세계화를 들었고, 로버트 캐플란은 인구과잉과 무정부 상태가 세계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반론도 만만찮지만 세계와 국제관계를 좀더 이해하는 데는 도움을 줬다.

‘군사력은 자원지대를 향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전쟁준비, 그동안의 대 중동정책도 사실은 페르시아만의 석유자원 때문이다. 더 나아가 카스피해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심도 같은 이유. 미국은 중앙아시아 에너지 회사들에 투자기금을 지원하고 각종 기반시설, 송유관 등을 건설한다. 상당한 군사력도 배치했다. 중동지역에서 문제가 일어날 경우 이 지역이 대체공급원으로서의 가치가 있기 때문.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관심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도 석유와 천연가스, 각종 광물자원 확보를 위해 중앙아시아 각국을 둘러싸고 미국과 경쟁을 한다. 중국과 일본, 말레이시아 등 7개국이 남중국해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석유·광물자원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수자원 분쟁도 많다. 나일강, 요르단강,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인더스강 유역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수자원을 확보키 위해 갈등이 빚어진다. 또 앙골라와 시에라 리온은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라이베리아에서는 목재, 파푸아뉴기니에선 구리를 둘러싼 유혈사태가 심심찮게 일어난다.

자원확보 경쟁은 산업사회에선 필연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 인류는 산업기술의 발달에 따른 경제성장과 개인의 끝없는 욕망이 어우러지면서 엄청난 자원을 소비한다. 지난 50년 동안 세계는 인구의 증가와 함께 각종 의식주용품 등의 수요증가를 동반했다. 승용차만 봐도 같은 기간동안 5천3백만대에서 5억2천만대로 급증했다.

이런 인류의 풍요는 석유 등 화석연료와 물, 목재 등의 필수자원으로 가능했다. 문제는 이런 자원들은 한번 쓰면 없어져 공급이 한정된다는 것. 석유를 보자. 미국 에너지부의 예측대로라면 현존 석유 매장량은 향후 25~30년이면 심각한 공급한계에 다다른다. 수자원도 마찬가지. 지구 수자원 총 공급량중 3%를 밑도는 담수는 상당량이 극지방에 있고, 사용가능한 양의 절반은 벌써 써버렸다. 이미 곳곳에서 수자원 부족현상으로 ‘물전쟁’이 일어나는 게 현실. 자연산림표면도 매년 0.5%(잉글랜드와 웨일스 면적)씩 사라진다. 온난기후지역 산림의 60%, 열대건조기후지역 산림의 70%가 소멸됐다. 필수자원의 대체물질 개발 노력도 있지만 아직 미미하고, 더욱이 대체될 수 없는 것들이 많아 시장기능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공급한계 속에 끊임없는 수요증가는 자원부족을 낳고, 이에따라 자원소유권 경쟁이 일어나며, 이는 국가간 분쟁을 불러온다. 저자의 말처럼 필수자원의 소유를 위한 ‘자원전쟁’이다. 저자는 앞으로 자원전쟁에 따라 세계의 안보정책 구도가 과거와는 달라질 것으로 본다. 즉 자원이 매장된 곳, 또 이 지역에서 세계 주요시장으로 연결되는 운송로가 있는 곳이 분쟁발발 가능성이 높다는 것. 따라서 미개발지가 많은 아프리카가 분쟁가능성이 가장 많단다. 유전지대가 있는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목재 등이 많은 아마존, 석유가 있는 페르시아 및 중앙아시아 일대, 나일강 등 수자원 요충지도 마찬가지. 이밖에 동남아시아, 남중국해 등도 국제적 전략지역으로 부상한다.

이런 분쟁이 협상이나 국제적 시장기능으로 해결되진 않을까. 저자는 “미국이 페르시아만을 미국 적대세력의 통제하에 두겠는가” “이집트가 에티오피아 등에 나일강 통제를 허용하겠느냐”고 되묻는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원론적이다. 충돌을 피하기 위해 국제에너지기구(IEA) 등과 같은 견실한 국제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결국 저자는 자원을 둘러싸고 인류가 갈등·분쟁의 길로 나아갈지, 협조체제를 이뤄 공생의 길을 택할지 그 기로에 있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대안에 대한 보다 철저한 분석이 아쉬운 대목. 하지만 이 책은 국제적 분쟁요인을 분석하는 또다른 시각의 제시로 이 세계를 더 깊게 이해토록 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각종 연구자료·표·지도 등을 바탕으로 한 주요 자원에 대한 상세한 수급상태와 예측, 치밀한 논리전개가돋보인다.서울대김태유·허은녕 교수가 번역했다.

/도재기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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