腦死 여고생의 ‘살신성인’

2003.01.02 18:47

계미년 새해 첫날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졌던 17세 여고생이 장기 기증으로 5명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고 짧고도 아름다운 생을 마감했다.

동해상고 1학년에 다니던 김태희양은 지난달 19일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강릉 아산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뇌사 진단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실낱 같은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결석 한 번 하지 않았던 착한 딸이 갑작스런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자 큰 충격에 휩싸인 김양의 어머니 황말년씨(43)는 지난달 31일 의료진에게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혔다. 어린 딸을 저 세상으로 보내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병마에 고통받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다면 슬픔이 조금은 가시겠다고 생각해서였다. 딸도 자신의 그런 뜻에 전적으로 동의할 것이라 믿었다.

강릉 아산병원은 1일 심장과 신장, 각막을 포함한 태희양의 장기를 적출해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강남성모병원으로 긴급 공수해 2일 환자들에게 이식했다. 이 병원 장기이식센터 관계자는 “한 학생의 아름다운 죽음이 고통받던 다섯명의 환자에게 큰 희망이 되었다”면서 “김양으로부터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들도 이 사회를 밝게 하는 데 일조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강릉 아산병원에서 열린 김양의 장례식에는 담임교사를 비롯해 10여명의 친구들이 찾아와 김양의 죽음을 서러워 하며 명복을 빌었다.

〈강릉/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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