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인형 엄마들이 직접 만들어봐요

2003.02.02 16:04

어린시절 인형놀이는 적어도 여자아이들에겐 상상력의 원천이었다. 여자아이들은 너나없이 마론 인형에 옷을 입히면서 동화 속 공주님이 된 듯한 꿈속에 빠져들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수많은 인형에 둘러싸여 꿈꾸듯 살아가는 여성이 있다.

정문영씨(33)가 그 주인공. 인터넷 홈페이지(adoll.net)에서 ‘초록’이라는 아이디로 더 유명하다. 독특한 헝겊인형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유명세를 탄 것이다. 게다가 그 인형으로 특허까지 받았고, ‘초록인형’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그녀의 작품 ‘초록인형’은 색다르다. 늘어나지 않는 천 소재를 이용해 뼈대를 만들고, 신축성이 뛰어난 천으로 굴곡있는 몸과 얼굴을 만드는 이중작업을 하는 것. 얼굴 표정은 바늘로 실의 당김과 조임의 강약을 조절하거나, 바늘 땀을 이용해 만들어낸다. 이런 과정을 거쳐 늘씬한 몸매에 서구적 외모를 가진 ‘공주풍’ 인형이나 소박하고 포근한 이미지의 귀여운 모습의 인형이 탄생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 재우는 따뜻한 가족의 모습이나 산타의 선물보따리를 기다리는 동네 아이들의 평범하고 흐뭇한 모습을 볼 땐 웃음도 나온다.

“처음에는 어린시절 꿈속에서 그리던 공주풍의 인형을 만들었어요. 그러다가 ‘엄마 어릴적에’란 시리즈로 유명한 이승은씨처럼 우리 생활을 담은 인형들도 만들기 시작했고요. 생활속 풍경을 잔잔하게 표현하는 거지요”

전직 약사였던 그녀가 인형을 만들기 시작한 때는 결혼 후 남편을 따라 진도로 가면서부터. 무료한 생활을 달래고자 어린시절 허드레 천을 이용해 인형옷을 만들곤 했던 때를 떠올렸다. 특별히 인형만들기를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구하고 독학으로 배웠다. 혼자 모든 것을 익혔기 때문에 ‘나만의 독창적인 인형 만들기’는 오히려 쉬웠는지도 모른다. 보통의 헝겊인형은 표정없이 밋밋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지만 정씨의 이중작업을 통해서는 인형 얼굴에 눈·코·입을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혼자 만든 작품을 정씨는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2001년 10월 문을 열었던 그녀의 홈페이지에 다녀갔던 사람은 무려 47만명. 회원 수도 7,000여명에 이른다. 자신이 직접 제작한 패턴을 무료로 공개하면서 초록인형 제작방법을 배우는 사람들도 하나 둘씩 늘었다. 많은 사람들의 호응에 자신을 얻어 지난해에는 아예 ‘초록인형 이야기’라는 책을 엮었고 전시회도 가졌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초록인형이 이렇게 사랑을 받게 되니 무척 기뻐요. 무엇보다 사람들이 손으로 직접 인형을 만드는 데 많은 관심이 있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고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인형으로 엄마의 생활도 아름다워지고, 아이들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으니 일거양득 아닌가요”

정씨는 그녀가 만들어놓은 동화 속 공주님 인형처럼 예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김정선기자 kjs0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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