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카리스마’내가 지킨다!

2003.04.01 16:00

◇영화 ‘지구를 지켜라’열연 백윤식

KBS 2TV 대하사극 ‘장희빈’의 백윤식씨는 요즘 ‘오빠 부대’를 끌고 다닌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 덕분이다. 오는 4일 개봉에 앞서 마련된 수차례 시사회에서 그는 신하균 못지 않은 사인공세를 받고 있다. 또 이 영화 홈페이지 등에는 그가 온몸으로 펼치는 천연덕스런 열연에 반했다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삭발에 팬티 바람으로 연기하고, 자식 또래 관객들로부터 직접적인 연호와 사인공세를 받고. 연기생활 30여년만에 참 재미있는 경험을 하네요. 영화에 제 연기가 잘 접목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지구를…’에서 그는 정상과 비정상을 오가는 ‘병구’(신하균)에게 졸지에 외계인으로 오인받아 곤욕을 치르는 ‘강사장’. 그는 황당할 만큼 절박한 상황에 처한 강사장의 면면을 그 특유의 연기로 펼쳐냈다. ‘불후의 명작’에서 감독(박중훈)을 상대로 ‘박하사탕’을 패러디한 에로비디오 ‘박아사탕’을 만들자고 역설하던 영화사 사장을 떠올리게 하고, 그것에서 더욱 넓고 깊어진 연기로 찬사를 자아내게 한다.

“얼마든지 낄낄 대고 웃을 수 있는 영화예요. 그렇지 않더라도 참 기발하고 엉뚱한 영화라는 점은 인정할 거라고 봅니다. 촬영에 앞서 요즘 한국영화와 상대 배우를 알기 위해 비디오를 참 많이 갖다 봤는데 우리영화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내가 출연한 영화여서 하는 말이 아니에요”

이렇듯 ‘지구를…’은 그의 연기인생을 상징하는 기념비적 대표작으로 손꼽힐 만하다. 그런데 그는 ‘지구를…’을 포기할 뻔했다. 기발한 상상력에 끌렸지만 난이도가 심한 배역인 데에다 삭발을 하고 팬티바람으로 지내야 했고, 고문을 당하고 온몸을 던져 격투를 벌이는 등 위험한 장면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욕심은 나는데 하루는 하자, 다음날은 하지 말자고 할 만큼 근 한달 동안 오락가락했다”고 토로했다.

촬영은 지난해 5월에 시작, 11월에 끝났다. 그는 이 기간 2주에 한번씩 머리를 깎고, 쇠고랑을 찬 채 울퉁불퉁한 바닥을 기어다니고, 죽기살기로 싸움을 벌이느라 온몸이 긁히고 멍이 드는 등 성한 날이 없었다. 공중 목욕탕에 가면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고, 평소 잠이 보약이라고 할 만큼 숙면을 취하는데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고생 많이 했다”는 배우들 말이 종종 엄살로 들리는데 ‘지구를…’을 보면 “정말 고생했겠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게 한다.

‘지구를…’에 앞서 SBS TV 사극 ‘여인천하’에 출연했던 그는 영화를 마친 뒤 다시 사극 ‘장희빈’에 강직한 선비 ‘조사석’으로 출연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수염을 붙이고 사모관대를 갖춰 입을 때면 ‘지구를…’ 때가 떠올라 가끔 피식 웃음이 나온다”고 했다.

“사람의 일이라는 게 억지로 되는 게 아닌데 운이 따라줬다”면서 “만약 ‘지구를…’을 안 했다면 굴러들어온 복을 걷어찬 셈이어서 후회했을 것”이라고 껄껄 웃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1970년 KBS 9기 탤런트로 데뷔한 백전중견. MBC드라마 ‘서울의 달’등으로 주목받았다. ‘지구를…’을 계기로 그의 스크린 나들이가 빈번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구를…’을 보고 ‘코믹 카리스마’로 규정할 만한 그의 연기를 좋아하는 ‘오빠부대’가 더 많아질 터이므로.

/배장수기자 cam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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