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압바스체제 중동평화 ‘새車’

2003.04.30 18:24

마흐무드 압바스(일명 아부 마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초대 총리의 내각이 인준됨에 따라 ‘중동평화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됐다. 압바스 총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개 지지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31개월간 지속돼온 이·팔 분쟁의 종식과 팔레스타인 독립국 창설을 향한 평화협상 전망을 밝게 해준다.

팔레스타인 자치의회는 29일 압바스 내각 인준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1표, 반대 18표로 전격 통과시켰다. 압바스 초대총리는 의회 첫 연설에서 이스라엘과 협상을 통한 평화정착을 추구한다는 자치정부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테러 배격과 과격단체 단속, 불법무기 회수 방침 등을 천명했다.

미국도 약속대로 이·팔 갈등해소를 위해 마련한 중동평화 ‘로드맵’을 48시간내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드맵은 ▲팔레스타인의 폭력 종식과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 중지 ▲2003년까지 주권과 잠정국경을 가진 팔레스타인 독립국 창설 ▲2005년 이·팔 항구 지위협정 체결 및 최종적인 분쟁 종식 등 3단계 평화과정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경제, 예루살렘 지위, 난민, 주변국과 이스라엘의 관계 복원 등을 다루는 국제회의도 2차례에 걸쳐 열리게 된다.

미국은 유럽연합(EU)·러시아·유엔과 함께 지난해 12월 로드맵 초안을 마련했으나 2000년 9월 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봉기) 이후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자 팔레스타인 정치개혁을 조건으로 내세우며 발표를 연기했다. 야세르 아라파트를 폭력투쟁의 주범으로 지목해 압박을 가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미국의 외교적 노력도 병행됐다. 이스라엘은 당초 로드맵을 수용하는 데 100여개의 조건을 내걸었으나 미국의 설득으로 15개까지 양보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무력 불사용을 내건 압바스 정부가 탄생함에 따라 중동평화 로드맵의 실천 가능성은 어느때보다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향후 전개가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등 무장단체들이 불법무기 회수 방침에 거부의사를 표하고 있고, 아라파트가 이끄는 최대 정파 파타운동이 아직 내각과 의회에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언제 다시 평화가 깨질지 알 수 없다. 압바스 내각 인준 다음날인 30일에도 이스라엘 텔아비브 주재 미국대사관 인근 식당에서는 자살폭탄 공격이 발생해 3명이 숨지고 최소 65명이 다쳤다.

〈문주영기자 arami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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