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메일]이해되는 삶, 이해 안되는 삶

2003.06.01 15:47

월급날 즈음에는 유독 참 세상을 바보같이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월급은 하는 일에 비해서는 조금 많고 맘껏 쓰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는 합니다만 월급의 액수가 문제가 아닙니다. 어쩌면 그렇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각종 세금은 야금야금 잘 떼어가고 병원 한번 안가도 의료보험은 환급액도 없고 그토록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는지 신기합니다. 그리곤 눈으로 액수를 확인해보자마자 제 월급은 고스란히 집안일을 도와주는 분이나, 각종 공과금, 식품비 등으로 산산조각이 납니다.

얼마전까지는 이런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더군요. 전현직 대통령들을 보니 그분들은 물론 저같은 ‘민간인’이 아니기는 하지만 각종 호의와 우호적 거래로 돈 걱정을 안하고 산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산이 29만여원으로 저보다 하염없이 가난한데도 ‘주변에 도와주는 이들’ 덕분에 해외여행도 가고, 골프도 치고 손자들에게까지 알토란 같은 재산을 남겨주셨더군요. 노무현 대통령도 이번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주변의 부동산 거래 의혹을 해명하면서 ‘호의적 거래’가 있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이렇게 주변에서 도와주거나 호의적 거래를 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자력갱생해야 할텐데 직장생활하느라 바쁘다는 이유로 통 재테크를 못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청약 현장에도 가본 적이 없고 집을 구할 때의 기준이 공기가 맑고 직장에서 가까운가였지 재개발로 집값이 상승하거나 유명학원이 모인 곳이냐가 아니었습니다. 그런 노력을 안하니 부자가 못되는 것은 당연하지요.

얼마전 재개발 아파트를 구입, 몇달만에 제가 10년을 1원 한푼 안쓰고 모아야 만질 수 돈을 번 전업주부 친구는 측은한 시선으로 절 보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 나이에 직장 다니느라 애쓴다. 근데 깨가 만 번 구르면 뭐하니? 호박이 한 번 굴러야지”

그런 친구가 부럽긴 합니다만 그래도 저는 깨의 효능을 믿습니다. 성실하고 알찬 깨들이 땀흘리며 이 사회를 만들어가고 불우이웃도 열심히 돕더군요. 깨들끼리 서로 잘 볶아져서 고소한 참기름도 만들고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야죠.

/유인경기자·여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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