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여, 정년퇴임 명예는 당신 몫입니다”

2003.07.01 18:40

“17년간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나의 발이 돼준 아내가 없었더라면 명예로운 정년퇴임은 없었을 것입니다. 아내에게 감사드립니다”

지난달 30일 기획예산처에서 30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정년퇴임한 이종설(李種卨·60) 사무관은 아내 김순이씨(56)에 대한 감사의 말을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사무관은 공직생활을 시작한지 13년째인 지난 1985년 12월 갑작스럽게 근육계통에 질병이 생겨 2급 장애인으로 훨체어에 의존해야만 했다. 아내 김씨는 그날 이후 17년간 의왕시 포일동 집에서 과천(최근에는 서울 반포) 예산처 청사로 매일 이사무관의 출·퇴근을 도왔다.

“예산처 일은 퇴근이 늦는 경우가 잦습니다. 아내는 그럴 때마다 밤 11~12시가 되도록 청사 한구석에서 나를 기다렸습니다. 나를 믿는 아내가 있다는 생각에 낙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일했어요”

용산고와 경희대 상학과를 나와 지난 73년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에서 임시직으로 일하기 시작한 이사무관은 능력을 인정받아 6급 공무원으로 특채됐다. 그는 이후 사무관으로 승진했으나 전산직은 서기관급 이상의 자리가 없어 5급(사무관)으로 26년간 근무했다. 이사무관은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이후에도 예산업무 전산화를 주도하는 등 국가재정 정보화에 기여해 94년 두차례나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예산처 관계자는 “이사무관은 불편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예산 업무가 폭주할 때는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밤샘을 했으며 후배 직원들을 잘 통솔해 맏형으로서 역할을 다했다”고 말했다.

예산처는 30일 꿋꿋이 소임을 다한 이사무관을 위해 박봉흠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년퇴임식을 가졌다. 예산처로서는 첫 정년퇴임식이었고, 전신인 경제기획원을 통틀어서도 92년 이규완 당시 서무계장 이후 10여년만의 일이었다.

이사무관은 “사회봉사 단체에서 성악과 인터넷 등을 가르치고 싶다”고 퇴임 후의 계획을 밝혔다. 그는 “예산처에서 21명의 예산총괄과장 등 많은 분들을 만났지만, 그중 김광림 현 재경부 차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예산업무에 애정이 깊었던 김차관은 결혼식 날에도 12시까지 일을 하고 식장에 참석했다”고 회고했다.

〈김용석기자 kimy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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