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그려낸 ‘안개속 畵仙’의 삶

2003.08.01 17:33

◇허남오씨 ‘단원 김홍도, 환쟁이 새전설’

조선후기 풍속화가로만 알려졌을 뿐 생애가 베일에 가린 단원 김홍도의 삶을 복원한 소설이 출간됐다. 허남오 부산지방병무청장이 쓴 작품 ‘단원 김홍도, 환쟁이 새전설’(3권·어문각)은 여기저기 흩어진 김홍도 관련기록을 뒤져서 개인의 일대기를 구성하는 한편 그가 살았던 정조시대의 문예부흥 정신에 비춰 김홍도의 풍속화가 지닌 독자적 화풍을 설명한다.

이 작품은 경기 안산의 중인 부농집안 출신으로 강세황의 가르침 아래 그림을 배우고 도화서에 들어간 김홍도가 1788년 정조의 명에 따라 금강사생(錦剛寫生)을 할 때부터 1800년 정조의 서거로 몰락한 뒤 1805년 죽음을 맞을 때까지의 일을 그리고 있다. 김홍도는 이 기간중 정조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으면서 1789년에는 일본 오사카에 가서 일본내부의 사정을 자세히 그려옴으로써 통신사 역할을 수행하고 이듬해에는 베이징으로 가는 연행단에 속해 중국을 다녀온다.

작가는 남종화를 극복하고 조선의 독자적 화풍을 이룩한 김홍도의 그림이 일본과 중국을 다녀와 넓은 시야를 얻은 결과 태어났으며, 김홍도가 단순한 화가가 아니라 실학·북학이 꽃피던 당시 강세황 중심의 안산학파, 규장각의 이덕무·박제가 등 서얼출신 선비들과 폭넓게 교유했던 지식인이었다고 바라본다.

김홍도는 1791년 화가로서 최고의 영예인 어진(御眞)을 그리고, 그해 충북 연풍현감으로 부임한다. 암행어사의 탄핵을 받아 5년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쫓겨나지만 정조의 모후인 혜경궁 홍씨의 탄원으로 복권돼 1795년에는 정조의 수원화성행차를 기록한다. 정조가 갑자기 승하한 뒤 5년간의 행적은 묘연한데 작품 속에서는 자비대령화원의 신분으로 그림을 계속 그리다가 연풍 인근 상암사에서 죽는 걸로 돼있다.

김홍도의 말년행적과 관련, 일본 풍속화인 우키요에를 그렸던 화가 도시에샤라쿠가 화풍으로 미뤄볼 때 김홍도와 동일인물이란 주장이 있었는데 작가는 이 인물을 김홍도에게 그림을 배운 일본인 제자 동주로 설정하고 있다.

작가는 “2000년 충북병무청장으로 근무하면서 김홍도가 연풍현감을 지낸 사실을 알고 흥미를 느껴 소설을 집필하게 됐다”며 “김홍도는 북학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신분적 한계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사상을 펼친 인물”이라고 말했다.

〈한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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