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에 펼쳐지는 두드림의 미학

2003.09.01 16:45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완주 무대

‘건반 위의 젊은 사자’ 보리스 베레조프스키(34·러시아)가 7일 오후 4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전곡 (5곡)을 완주한다. 연주시간은 두번의 중간휴식을 포함해 3시간30분 정도. 1·3번 연주 후 쉬고 2·4번 연주 후 또 쉰 다음 ‘황제(5번)’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협연은 유라시안 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맡으며 베레조프스키는 피아노 연주 외에 지휘까지 맡는다.

건반 위에 펼쳐지는 두드림의 미학

파지올리로 도전하는 5개의 협주곡들은 어떤 모습일까. 이미 2001년 토마스 다우스골의 지휘로 스웨덴 챔버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협주곡 전곡을 녹음한 바 있어 공부는 제대로 한 셈이다. ‘피아노협주곡 1번 다장조 작품 15’(1797년)는 베토벤의 왕성한 창작활동이 반영된 밝은 곡이다. ‘2번 내림 나장조 작품 19’(1795년)는 단정하고 우아한 느낌이지만 5개의 협주곡 가운데 가장 인기가 없는 곡이다. ‘3번 다단조 작품 37’(1800년)은 피아노의 기교가 돋보이고 관현악도 각 악기의 특성이 편하게 융합하고 있다. ‘4번 사장조 작품 58’은 피아노 음악 기법이 원숙의 절정을 이루고, 어느 협주곡보다도 서정적인 느낌을 준다. ‘5번 내림 마장조 작품 73-황제’는 웅장하고 극적인 맛을 준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3번-영웅’처럼 장엄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황제’라는 표제가 붙었다.

그렇다면 협주곡 번호는 어떻게 붙였을까? 작곡한 시기? 아니다. 시기로는 ‘1번’이 ‘2번’보다 2년 늦게 작곡됐지만, 먼저 출판됐기 때문에 작품 번호가 바뀌었다.

테크닉과 감성의 그가 2001년, 2002년에 이어 계속 한국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1년에는 KBS 교향악단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 연주해 역동적이면서도 학구적인 인상을 남겼고, 지난해에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등 까다로운 리스트 작품만으로 무대를 만들며 한국 청중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넘치는 에너지, 한치의 물샐 틈도 없는 리듬, 웅장한 음량으로 객석을 휘어잡는 그의 음악적 매력에 우직하고 진솔하게 고른 레퍼토리가 청중을 감동시킨 것이다.

1969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베레조프스키는 88년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영국무대에 데뷔했고, 90년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며 세계무대에 스타로 떴다. 텔덱음반사에서 출반한 쇼팽의 에튀드 전집(92년)과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 음반(94년)으로 ‘독일 음반 비평가상’을 받기도 했다. (02)541-6234

〈유인화기자 rhe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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