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우린 한국과 通했다!”

2003.12.01 08:17

◇이땅의 외국인들

한국은 이제 더 이상 ‘은자의 나라’가 아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면서 중국, 일본과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나라. 외국인들 사이에 한국 배우기 열풍까지 불고 있다. 한국과 한국인을 좋아하는 외국인들. 그들이 한국에서 받는 느낌은 어떤 것인지 들어본다.

-“소주·보신탕 맛 좀 알지요”-

▲제프리 존스

[커버스토리]“우린 한국과 通했다!”

한국생활이 20년을 훌쩍 넘었으며, 소주와 삼겹살뿐 아니라 보신탕까지 먹을 줄 안다.

1998~2002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을 지내면서 국내 언론에 자주 소개됐다. 암참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노무현정부 들어서는 외국인 최초로 정부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에 임명돼 화제가 됐다. 현재는 ‘미래의 동반자 재단’ 운영에 전심전력하고 있다. 이 재단은 국내 실직자 및 실업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20년쯤 뒤 학교를 설립해 한국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고 싶은 게 그의 꿈이다.

아내도 한국 사람으로 둘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에게 재민·재희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주었다. 물론 발음이 비슷한 영어식 이름도 갖고 있다.

존스 이사장은 스스로를 “마음이 약한 편”이라며 “그래서인지 서로 챙기는 한국인의 ‘정’에 끌려 거의 한국사람이 다 됐다”고 말했다.

[커버스토리]“우린 한국과 通했다!”

▲日 아라이 사토미

일본인 아라이 사토미(新井聰美·24)는 연세어학당 한국어 수강생. 그러나 이러한 수식은 아라이의 한국내 생활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한국 수강생’이다.

그는 올해초 일본 와세다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4월 1년 예정으로 한국에 도착했다. 연세어학당을 다니기는 하지만 이미 오래 전에 한국사람으로 착각할 정도의 한국어 실력을 갖췄다. 대학 3학년 때인 2000년 휴학하고 1년 동안 연세어학당에서 우리 말을 배웠다. 대학내 ‘국제교류’ 동아리에서 활동하다 만난 한국 유학생들을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 6월부터는 일본 이동통신업체에 콘텐츠를 수출하는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주말이면 한국 친구들과 어울려 속초·부산·경주 등으로 여행을 다닌다. 여행지 풍경은 일본과 비슷해 낯설지 않다. 아라이는 한국을 사람 살기 편한 곳이라고 평가한다. 민족성 때문인지 사람들이 정이 많다. 일본 사람들보다 사람을 더 챙기고, 서로에게 도움이 더 많이 된다는 뜻이다.

연세어학당에서의 공부는 내년 3월까지다. 이후 한국에서 취업자리를 찾아볼 계획이다. 틈나는 대로 하숙집 주인에게서 미역국 같은 한국 음식 조리법을 배우고 있다.

-“판소리 매력에 푹 빠졌죠”-

▲中 왕광밍

중국인 왕광밍(王光明·25)은 서울대 대학원(국어국문학)에 재학중이다. 중국에서는 고향인 헤이룽장성(黑龍江省)의 헤이룽장대학 한국어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한국어과가 처음 개설될 때 입학했다. 그곳은 조선족이 많은 곳이어서 한국과 한국인이 고향친구처럼 친숙하다. 그는 한국과 중국이 한 나라처럼 가깝게 지낼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은 물론 한반도 통일 이후 양국이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서로 강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데 누구나 동의한다는 것. 그는 한·중 본격 교류와 관련해 자신의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한국어과가 잇달아 생기고 있다. 그만큼 교수 수요가 늘고 있다. 한국에서 유학을 마치면 고국에 돌아가서 한국어를 가르칠 계획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에서 일할 생각도 있다. 기왕이면 한국을 속속들이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은 공부에만 전념하고 있다. 대학원에서 전공은 문법이다. 대학 3학년 때 우석대에 교환학생으로 와서 처음 접한 판소리를 좋아한다. 영화 ‘서편제’와 배우 오정해를 통해 알게 됐다. 판소리는 중국의 경극을 연상시켜 더 친근하다. 깊은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문화여서 좋다고 한다.

〈안치용기자 ahn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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