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진리는 상대성을 가진다

2004.03.01 19:22

진리는 개별적 인간의 머릿속에서 탄생되지도 발견되지도 않는다. 진리는 공동으로 그것을 탐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의 대화적 소통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뚜쟁이’라고 불렀다. 그는 사람들을 끌고 와서 논쟁을 통해 그들을 서로 충돌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진리가 탄생했던 것이다. 이처럼 탄생된 진리와의 관계에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산파’라고 불렀다. 그가 진리의 탄생을 도왔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그는 자신의 방법을 ‘산파술’이라고 부르게 된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진리의 유일한 소유자라고 부른 적이 결코 없다.

- 미하일 바흐친, ‘도스토예프스키의 시학’-

우리는 일평생 진리를 추구하며 산다. 신앙, 지식, 사랑, 인격 등은 그런 진리의 다른 이름이다. 만약 진리가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져 있고 아무런 차이를 느낄 수도 없다면, 우리는 진정 행복해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여서 타인들의 진리에 관해 의심하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의 진리에 관해서도 확신하지 못한다. 삶의 곳곳에서 마주치는 불안과 두려움은 그 결과일 터. 소통하지 못하는 진리, 자기에게만 절대적으로 옳고 유일한 진리를 고집하게 될 때 인생은 끝없는 투쟁과 무한한 절망의 구렁텅이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최진석/연구공간 ‘수유+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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