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몸 뒤바뀐 모녀 “이제 엄마 맘 알것 같아”

2004.04.01 15:47

◇프리키 프라이데이

감독 마크 워터스|주연 제이미 리 커티스·린제이 로한

[영화]몸 뒤바뀐 모녀 “이제 엄마 맘 알것 같아”

어머니 테스와 딸 애나는 눈만 뜨면 티격태격한다. 테스는 딸의 옷차림새, 밴드 활동, 남자 친구 등 모든 것이 못마땅하고, 애나는 어머니의 재혼 예정 상대와 사사건건 트집잡는 성격이 불만스럽다. 어느날 중국 식당에서 열린 가족 모임에서 테스와 애나는 행운의 과자를 집어들고, 다음날 아침 둘은 서로의 몸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원래대로 돌아오려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길밖에 없다. 어머니와 딸의 역할 바꾸기가 시작된다.

어머니는 정신과 의사로서 남부럽지 않은 정갈한 삶을 누리고 있다. 딸은 반항적인 10대 소녀이며, 어른들이 듣기에는 시끄럽기 짝이 없는 록음악을 한다. 어머니는 모범적이지만, 딸은 어딘가 삐딱한 생활방식을 취하고 있다. 둘은 어머니와 딸의 바뀐 역할뿐 아니라 완전히 다른 문화적 취향까지 포용해야 한다. 테스와 애나 사이에는 세대와 취향이라는 이중의 장벽이 놓여 있는 셈이다. 이 장벽에 걸려 당황하는 모습이나, 장벽을 극복하는 과정이 얼마나 재미있게 그려져 있나에 영화의 재미가 달려있다.

‘프리키 프라이데이’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딸의 몸에 갇힌 어머니보다 어머니의 몸에 갇힌 딸의 행동이 더욱 재미있다는 점이다. 어머니의 활약상은 매일 딸을 골탕먹이던 교사를 혼쭐내준다든가, 록음악이 주는 기쁨을 느낀다는 것 정도다. 어머니가 된 딸은 귀를 뚫고, 패스트푸드를 먹고, 좋아하던 남자를 사귄다.

그러다가 매일 말썽만 피우던 남동생이 실은 자신을 매우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가 하면 새 아버지가 이해심 많은 사람이란 걸 느끼기도 한다.

결국 영화는 원만하고 안정된 가족을 이루려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의 노력을 이해못하던 딸의 대결에서 딸이 패배하는 과정을 그린 것처럼 보인다. 딸은 아버지의 빈 자리를 그리워하지만, 새 아버지가 들어오는 것은 원치 않는다. 어머니는 새 남편을 맞아들여 어떻게든 이상적인 가족을 이루려고 한다. 새 가정의 구성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살던 딸은 결국 새 아버지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가정을 이루는 데 동의한다.

디즈니 영화에서 편모, 편부 가족은 인정되지 않는다. 기어코 할아버지·어머니·아버지·딸·아들이 고루 갖춰진 가족을 복원해내고야마는 디즈니 영화의 오랜 집념은 놀랍다.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끝이 좋으면 다 좋다”라고 할 수 있을까. 전통적인 형태의 가족이 해체되고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는 요즘, 디즈니 영화 속 가족은 왠지 머나먼 옛날의 이상향 속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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