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프고 아픈 이름 ‘가족’

2004.09.01 15:51

감독 이정철/출연 주현·수애

[영화]아프고 아픈 이름 ‘가족’

교도소에서 출소한 전과 4범의 정은(수애)은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 주석(주현), 동생 정환(박지빈)과 재회한다. 전직 형사인 아버지는 한쪽 눈을 잃은 채 생선가게를 운영하며 가계를 꾸린다. 아버지는 사고뭉치 딸이 못마땅하고, 딸 역시 어머니 생전에 폭력을 행사했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품고 있다.

둘 사이의 불협화음은 계속 이어지고, 급기야 아버지는 딸에게 “집을 나가라”고 말한다. 이 와중에 한때 같은 조직이던 창원(박희순)은 정은이 교도소에 가기 전 빼돌린 돈을 거론하며 정은의 가족을 협박한다. 게다가 아버지는 백혈병으로 시한부인생을 살고 있다. 창원의 포악함에 질린 조직의 부두목은 “창원을 죽여주면 가족을 돌봐주겠다”고 제안한다. 정은은 아버지의 병원비 마련 등 가족을 위해 창원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가족’은 어찌보면 시대 분위기와 맞지 않는 영화다. 불치병에 걸린 아버지, 악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딸, 그래서 삐걱이는 가족관계 등 1970년대 멜로에서 단골메뉴로 사용했던 소재들을 차용하기 때문이다.

[영화]아프고 아픈 이름 ‘가족’

다만 극의 반대쪽 축을 쥔 깡패 창원의 캐릭터가 너무 악질적으로 묘사돼, 현실감이 떨어지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딸과 아버지의 관계가 회복되는 과정이 틀에 박히게 묘사된다는 느낌도 있다. 하긴, 어차피 부모와 자식 사이의 감정은 본능과 관습이 뒤섞이는 게 아니던가. 소재 탓도 있겠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은 요즘 나오는 세련된 ‘웰메이드’ 영화들과는 지향점이 다르다. 하지만 내용은 없고 기교만 화려한 속빈 강정같은 몇몇 영화들에 비해 가족애에 진심으로 접근한 태도는 칭찬할 만하다.

기자 시사회에서 “뭘 했는지 모르겠다. 감독이 시키는 대로 했다”고 너스레를 떤 주연배우 주현씨의 내면연기도 빛난다. 이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한 탤런트 출신 수애는 감정의 진폭이 큰 정은 역할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여배우 기근에 시달리는 충무로 제작사들엔 단비 같은 존재가 될 것 같다. ‘비천무’ 조감독을 지낸 이정철 감독의 데뷔작. 이감독은 시나리오도 직접 썼다.

〈이용욱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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