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돌아와 대중앞에 선 최수지

2004.09.01 16:01

최수지(36)가 8년 만에 돌아왔다. 1997년 미군 군의관 백진범씨와 결혼하면서 연예계를 떠났던 그는 오는 20일부터 방송될 MBC TV 아침드라마 ‘빙점’(연출 강병문·극본 조희)의 여주인공을 맡았다.

[커버스토리]돌아와 대중앞에 선 최수지

“결혼한 뒤 대부분 미국에서 살았어요. 딸 하나를 두었고요.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늘 품고 있었지만 엄두를 낼 수 없었죠. 상황도, 겨를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거든요.”

한국에 돌아온 건 2002년. 남편이 한국 근무를 자원하면서 귀국, 지금까지 가족과 함께 대구에서 평범한 주부로 살아왔다. 일곱살 난 딸을 학교에 보내고 귀가하기 전까지 화실에 나가 그림을 그리거나 장교 관사에 거주하는 주부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늦은 밤에는 독서를 하는 게 일상. 낯선 미국땅에서 아이 키우는 것만도 벅찼던 예전에 비하면 꽤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림은 오래된 취미. 최근 대구 롯데백화점에서 화실 멤버들과 함께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귀국한 뒤 출연 제의를 받은 건 5번 정도예요. 매번 반가웠죠. 하지만 자신이 서지 않더군요. 공백 기간이 길었고, 활동 당시에도 다작을 한 게 아니어서 두려웠어요.”

그런 데다 딸은 여전히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했고, 남편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지방에서 살고 있는 점도 어려움. 내용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시놉시스만 보고 출연을 결정해야 하는 점도 걸림돌이 됐다.

그러나 ‘빙점’은 달랐다. 2년 간 한국 근무를 연장한 남편이 “사랑이 승화돼 이제는 당신을 서포트해 줄 여유가 생겼다”며 그의 연기 재개를 찬성했다. 케이블TV 등을 통해 엄마가 유명 배우·탤런트였다는 걸 알게 된 딸도 “엄마 일 하라”고 찬동. 서울과 대구를 오가는 교통편은 고속철을 이용하면 됐다. 드라마 내용도 미우라 아야코의 동명 원작 소설을 각색하는 만큼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작진과 대화를 나눈 뒤에는 두려움보다 자신감이 들어 큰 마음 먹고 출연키로 결정했다. 지난 달 중순의 일이다.

“소설을 세 번째 읽고 있어요. 처음에는 스토리에 빨려 들었고, 그 다음엔 차근차근 제가 맡은 인물 위주로 봤죠. 요즘은 스토리는 물론 등장 인물 간의 관계 등 디테일한 요소까지 꼼꼼히 살펴가며 읽고 있습니다.”

그가 맡은 인물은 병원장의 아내. 부유한 가정의 외동으로 자란 아내는 결혼한 지 6년이 되도록 일밖에 모르는 남편과 살면서 외로움을 느낀다. 그런 어느날 외도 아닌 외도를 하고, 그러느라 아이를 유괴당해 잃게 된다. 남편은 아내에게 복수를 하겠다며 유괴범의 딸을 입양하고, 딸은 훗날 이 사실을 알고 자살한다.

이 인물은 우연찮게 최수지와 몇 가지 공통점을 지녔다. 나이가 비슷하고, 아이를 하나 둔 엄마이며, 남편의 직업 또한 의사이다. 최수지는 “극중 인물과 달리 남편은 대부분 제 시간에 출퇴근하는 군의관”이라면서 “저녁 설거지도 자주 해주고, 가족과 함께 지내는 걸 무척 좋아한다”고 자랑했다. 이어 “어쨌든 소설에는 여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성이 담겨 있고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며 “유명 소설 속의 인물이어서 연기하는 데 기대가 크고, 그런가 하면 솔직히 부담도 느낀다”고 털어놨다.

남편 역은 선우재덕이 맡았다. 그 역시 ‘토지’에 출연했지만 극중에서 마주하지는 않았다.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추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밖에 유태웅·윤유선·김현정 등이 함께 한다.

최수지는 요즘 바빠졌다. 안 하던 일을 하게 된 데다 방송 일정이 1개월 정도 당겨졌기 때문이다. 그는 매주 화·수요일은 스튜디오, 토·일요일은 야외 녹화 등 1주일 가운데 4일을 서울에서 지내며 ‘빙점’에 쏟고 있다.

“이제까지 한번도 떨어진 적이 없는 딸과 남편에게 미안해요. 고맙기도 하고요. 일 없는 날 잘해야죠.”

그는 이어 “고단하지만 좋은 점도 많다”고 미소지었다. “오랜 만의 출연이어서 방송국이 낯설 줄 알았는데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라며 “서울과 대구를 오가는 고속철에서 음악 듣고 독서하는 시간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요즘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있다”며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새삼 느낀다”고 덧붙였다.

1987년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데뷔, ‘토지’ ‘아스팔트 위의 동키호테’ ‘달콤한 신부들’ ‘상처’ 등의 드라마와 영화로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그는 “드라마를 히트시켜야겠다는 생각보다 책임감을 갖고 성실하게 연기하겠다”며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한 인물로 시청자와 교감을 나누고 싶다”고 읊조렸다. 20대 청춘스타에서 30대 주부 탤런트로, 여전히 아름답고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온 그가 안방극장에서 피워낼 ‘여인의 향기’는 국화의 그것일 듯하다.

〈글 배장수 전문위원·사진 김영민기자 cam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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