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연설 보이콧 한나라의 ‘꼼수’

2004.10.25 17:51

정부가 내년 살림 계획을 밝히는 자리인 25일 국회 본회의가 결국 파행으로 얼룩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해찬 총리가 대독한 ‘200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집단 퇴장한 탓이다. 여야 의원간 고성과 야유, 막말도 오갔다.

시정연설 보이콧 한나라의 ‘꼼수’

한나라당은 전원 불참을 공식 결의하지는 않았다. 당론으로 정하는 대신 각자가 알아서 하기로 했다. 시정연설 보이콧에 대한 비판 여론을 피해가면서 이총리를 ‘물 먹이는’ 나름의 ‘묘수’를 택한 것다. 임태희 대변인은 “의원들의 결정은 이총리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꼼수”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시정연설은 시종 어수선했다. 이총리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고 입을 열자마자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이 벌떡 일어나 “야당 비하 발언을 먼저 사과하세요”라고 외쳤다. 신호탄이라도 되듯 야당 의원석에서 “사과하고 해라” “너무 오만한 것 아니냐”라는 고함이 일제히 터져 나왔다. 열린우리당 쪽에선 “시장에서 회의 하느냐”고 맞받았다.

이총리가 개의치 않고 연설을 이어가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홍준표 의원을 필두로 속속 자리를 떴다. 퇴장에는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박근혜 대표, 김덕룡 원내대표 등 20여명만이 의석을 지켰다. 그 사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그냥 앉아 있어”라고 소리쳤다.

소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행정수도 대목에 이르자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나섰다.

그는 “왜 헌재 결정을 수용한다고 말 못 합니까”라고 외친 뒤 이석했다. 이총리의 ‘수난’은 원고를 다 읽고 단상을 내려갈 때도 끝나지 않았다.

최연소 의원인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이 “열린우리당 총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총리라는 것을 명심하시기를 바랍니다”라고 큰 소리로 주문한 것이다.

〈권재현·이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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