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에세이

카레이야기…인도식 원조커리

2006.03.01 16:07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MT만 가면 한 끼는 무조건 고추장 찌개였고 그 다음 끼니는 여지없이 카레라이스였다. 맹물에 감자와 양파를 끓인 뒤 카렛가루를 넣어 만든 MT용 카레라이스를 기억하시는가. 든 건 별로 없지만 놀러 가서 먹던 카레라이스는 참 맛있었다. MT용 개인 준비물 중 쌀 한 봉지와 숟가락 하나는 필수품이었다. 나는 쌀을 갖고 간 기억은 없고 숟가락만 항상 챙겨갔던 것 같다.

라면 빼고 내가 만들어 본 첫 번째 음식 역시 카레라이스였을 거다. 일본에 사는 동안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이 카레였다. 나는 혼자 자취를 했는데 저녁 때마다 TV 광고에 나오는 카레를 사다가 맛보는 즐거움도 꽤 쏠쏠했다. 순한 맛부터 땀이 뻘뻘 날 정도로 매운 3분 카레들과 조금 시간 있을 때 만들어 먹던 초콜릿처럼 생긴 고형 카레들은 가난한 유학생에게 행복한 식사 시간을 선사해 주었다. 전기 밥통에 밥만 있으면 어떤 반찬도 필요없이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거리에 나가 봐도 ‘규동’이라고 부르는 소고기 덮밥집만큼 눈에 많이 띄는 게 ‘카레집’이었다.

카레가 인도 음식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일본식 카레가 인도 사람들이 먹는 카레와 얼마나 다른 음식인지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우리 나라에서 먹는 대부분의 카레 역시 일본식 카레다. ‘카레’의 정확한 발음은 ‘커리’이고 일본 사람들이 ‘카레’라고 발음하는 것을 우리가 그대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커리가 인도에서 바로 일본으로 건너간 것은 아니고 18세기 영국 사람들이 인도 커리의 매운 맛을 없애고 밀가루를 섞어서 국물이 많은 스튜의 형태로 개량해 먹던 것을 개화기의 일본 사람들이 받아들여 밥 위에 얹어 먹으며 ‘카레라이스’란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요리에 눈을 뜨고 세계 곳곳의 향신료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인도와 동남아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를 연구하고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커리는 인도에서만 먹는 것이 아니라 이란, 스리랑카, 태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조금씩 다른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쿠킹에세이]카레이야기…인도식 원조커리

인도 커리는 다양한 향신료의 배합에 따라 수많은 맛의 커리를 만들 수 있는데 일본식 카레와 조금 비슷한 커리를 만들기 위해서 ‘가람 마살라’라고 하는 양념장 같은 것을 미리 만들어 두면 필요할 때 간편하게 인도 커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태국에도 커리가 있다. 인도 커리가 국물이 별로 없이 걸쭉한 것과 다르게 태국 커리는 수프처럼 국물을 떠 먹을 수 있는 형태다. 태국식 커리는 코코넛 밀크를 넣어 국물이 부드럽고 레몬그라스와 라임주스를 넣어 새콤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요즘에는 서울의 한남동, 이태원 등지에 인도 식재료를 파는 곳이 생겨서 어렵지 않게 인도 커리에 들어가는 재료를 구할 수 있으니 가끔은 일본식 카레가 아닌 인도 커리를 만들어 먹어보자.

》인도식 생선 커리

▲재료

양파 1개, 칠리 가루 1작은술, 큐민 가루 1작은술, 파프리카 가루 2큰술, 코리앤더(고수) 가루 1작은술, 요구르트 150g, 다이스 토마토 1캔 혹은 토마토 3개 다진 것, 가람 마살라 3큰술, 도미(포 뜬 것) 200g, 요구르트 딥(플레인 요구르트 1/2개 , 코리앤더 잎 10g을 다져서 섞는다)

▲만들기

(1) 팬에 식물성 기름을 두르고 양파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볶은 후 분량의 강황, 칠리 가루, 큐민 가루, 파프리카 가루, 코리앤더 가루를 넣고 볶다가 ‘가람 마살라’를 넣고 2~3분 더 볶는다.

(2) ①에 요구르트와 토마토를 넣고 끓이다가 생선(도미)을 넣고 약한 불에 익힌다.

(3) 완성된 ②의 커리에 미리 준비한 요구르트 딥을 뿌려낸다.

[쿠킹에세이]카레이야기…인도식 원조커리

》가람 마살라(Garam Masala)

▲재료

카다몸 씨 1 작은술, 통계피 7㎝, 정향 2 작은술, 통후추 1 작은술, 큐민 씨 3 큰술, 코리앤더 씨 3큰술

▲만들기

두꺼운 팬에 모든 재료를 넣고 중불에서 5~10분 볶는다. 볶은 재료는 원두 커피 가는 기계에 갈아서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하면 2달 정도 저장할 수 있다.

〈글·사진·요리|이성호(오즈의 키친 www.ozkitch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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